14. 나는 문제를 내는 사람이야 너는 푸는 입장이고

-기말고사

by 고양이

오지선다,

다섯 개의 보기 중 답 한 개만을 고르게 하는 것.


4개의 오답을 제외하고 정답 1개를 고르던,

4개의 정답을 제외하고 오답 1개를 고를 수도 있지만,

가급적 부정문은 피한다. 그건 생각을 두 번 꼬아야 하니까, 틀리기 쉽게 만드는 형식이라서,

되도록 문제는 긍정문으로 내도록 한다.


하지만 부정문으로 문제를 만드는 게 훨씬 쉽다.

정답은 교과서에 나와있지만 오답은 교과서에 나와있지 않으니까.

오답은 억지로 채워 넣어야 한다.

1개의 억지와 4개의 억지 중 그래도 적은 쪽이 편하니까.

그래서 시험지를 보면 옳지 않은 것을 고르라는 문항이 꽤 많다. 1개의 오답만 만들어 내면 되니까.


하지만 우리가 삶아가면서 옳지 않을 것을 골라야 할 때가 얼마나 있을까.


정답만 있는 교과서,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는 현실, 그리고 억지 오답을 찾아야 하는 시험지.(이건 코미디 같다.)


그래서 가급적 긍정문 형식으로 문제를 만든다.

‘~ 가장 적절한 것은?’이라고 적으면 이제 다음 단계는 정답 1개와 오답 4개를 만드는 일이다.

오답을 만들어야 하는 일,

매력적인 정답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틀린 답.

그걸 만들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건 그를 기만하거나 속이는 게 아닐까?'


평가가 개인별 성취 수준을 확인하고 피드백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왜 틀려야만 그걸 확인하고 바로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가.


나는 오답을 4개나 만들어 내야 해서 머리가 아프고,

당신은 정답을 한 가지만 찾아야 해서 다른 의미로 머리가 어지럽다.

나는 당신을 시험하고, 당신은 나를 의심한다.

나는 문제를 내는 사람이 되었고, 당신은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정답은 없다'며 살아가지만, 여전히 우리는 정답만을 찾는다.

누군가 내놓은 선택지 속에서, 가장 덜 틀릴 것 같은 걸 고른다.


왜 우리는 틀려야만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걸까.

왜 틀리는 게 그렇게 서럽게 울 일이 돼버린 걸까.

왜 당신에게 나는 오답도 정답도 아닌 건 제시할 수 없는 사람이 돼버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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