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0.4m/s로 걷는 법
뚜둑.
정신을 차리니 인조잔디 위에 누워 있었다. 발끝은 바닥과 평행하게 꺾여 있었다. 뚝보다는 '탕'에 가까웠던 소리. 친구는 "K2 소총 격발음"이라 했다.
우측 경골 및 비골 동시 골절. 의사 진단과 함께 나를 두 발로 선다는 ‘정상성’에서 제외됐다. 친구에게 풋살화를 버려달라고 부탁했다. 12일 만에 나는 도시로 퇴원했다. 병원 문을 나서자 공기가 달라져 있었다. 목발을 짚자, 2주 전까지만 해도 홈구장 같던 도시는 원정 경기장이 되었다.
퇴원 후 목발을 짚은 내게 몇 가지 문제가 생겼다. 평소라면 인식조차 못 했을 3cm의 문턱. 눈 감고도 지날 그 턱이 이제는 내 앞에 놓인 높은 벽으로 다가온다. 다리가 걸릴 때마다 통증이 올라오고, 내가 이전의 '정상성의 세계'에 얼마나 익숙했는지 실감한다.
도시의 12월은 춥지만, 나는 땀을 흘리고 있다. 목발 보행은 전신 근력운동과 다름없다. "이게 크로스핏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횡단보도의 초록불 또한 버겁기는 마찬가지다. 이 신호는 성인 남성 평균 보행 속도 1m/s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내가 낼 수 있는 최고 속도는 고작 0.4m/s. 성인 남성이지만, 속도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내게 루틴이 생겼다. 신호등 숫자가 줄어드는 것을 보면, 곧장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일단 택시 요금부터 확인한다. "비싸다." 곧바로 지하철 시간을 확인한다. 남들에게는 여유로운 30초가 나에게는 너무 짧다. "결국 택시를 타야 할까."
퇴근길 지하철에서 나는 '콘(Cone)'이 된다. 스마트폰에 시선을 고정한 이들에게 나는 단지 드리블 연습을 위한 장애물일 뿐이다. 툭, 누군가 내 알루미늄 목발을 걷어차고 지나갔다. 그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사라졌다. 이제는 익숙하다.
그때 엇박자 리듬이 들린다. 고개를 드니 또 다른 '세 발의 사람'이 있다. 목발은 하나에, 속도는 0.6m/s. 우리는 잠깐 눈을 마주쳤다.
뼈와 속도는 나아지겠지만, 방금의 눈맞춤은 오래 기억될 것이다.
지하철 문이 열리며 인파가 쏟아진다. 나는 목발을 짚고, 나의 속도로 인파를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