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든 펜의 무게

by 한냥이

나는 왜 글을 쓰가?

나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남겨두고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인가?


집집마다 저마다 신파극 한 편은 쓸 수 있을 정도로 '사연 없는 집은 없다'라고 한다.

나의 이야기도 그저 한 가정의, 한 개인의 이야기일 뿐이다.


우선,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쓸수록 내 과거와 현재가 정리되는 기분이었고, 정리될수록 내 미래는 더 선명히 그려졌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나아가,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어주고 싶었다. 당신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그러니 괜찮다고.


서울대병 걸린 여자의 이야기가 어쩌면 재수 없는 소리로 들릴 것 같다. 그럼, 울대 출신이 아닌 여자들은 그런 고민이 없다는 것이냐? 그들은 엄마로서의 삶을 만족하며 산다는 말이냐? 꿈꾸지 않고, 도전하지 않고, 성취하지 않는 삶은 가치가 없는 삶이란 것이냐?


자칫 나의 이야기와 고민이 울대 나온 여자의 자랑으로 들리지 않기를 바란다.


'울대 나온 일'은 끊임없이 내 존재 가치를 학벌에서 찾게 되는 족쇄와 같았다. 오히려 여기서 해방되면 진정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현재에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난 해방되지 못했고 결국 그 족쇄를 달고 삶의 의미를 찾아야만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글을 쓰며 나는 그런 사람인 것을 받아들였다.


대학원 수업에서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여러분이 든 펜의 무게를 아셔야 해요.

당신이 쓴 글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요.

생각보다 우리 사회에 펜을 든 사람은 많지 않아요.

당신은 펜으로 권력을 갖고 있는 거예요."


물론 당시 교수님은 연구자인 우리에게,

우리가 퍼블리시하는 논문의 파급력에 대해서 이야기하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 역시 무게를 지녀야 한다.

내 글로 상처받는 사람이 없게, 불쾌한 사람이 없게.


나 역시 편협한 인간이다.

내 경험과 지식이 나를 구성했고, 나는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세계, 다른 사람의 입장에 대해 쉬이 알기 어렵다.


그래서,

내가 작성한 글의 의도와 결과를 숙고하며 글을 쓰고자 한다. 진심을 다해서.


단, 글의 내용은 너무 진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겠다.


'진지함도 일종의 오만이다.'라는 말이 있다.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 나오는 구절에서 파생된 말이다.

'춤 추지 않고 지나간 하루는 그 하루를 제대로 살았다고 할 수 없고, 웃음이 동반되지 않은 진리는 진정한 진리라고 할 수 없다.'


지식인인 척하지 않겠다.

생각 많은 척, 무언가를 깨달은 척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 경험만을 사실로 여기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든 펜의 무게를 알되,

무겁지 않게

나의 이야기를 나누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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