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신론자이다.
나의 어머니는 천주교였고, 나의 아버지는 불교였다.
외할머니를 따라 성당에 가본 적도 있고
아버지를 따라 절에 간 적도 있고
중학교 때 친구를 따라 교회에 가본 적도 있다.
그렇지만 종교는 나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신의 존재를 믿기 어려웠다.
대학생이 된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을 읽었다.
서문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누군가 망상에 시달리면 정신이상이라고 한다. 다수가 망상에 시달리면 종교라고 한다.'
충격이었다.
종교인들이 저 문구를 보면 분노하겠는데?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믿고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종교 비율은 개신교 20%, 불교 17%, 천주교 11%, 무종교 51%이다.
종교인 49%, 무종교인 51%인 것이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람들도 종교를 믿는다.
종교는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영역인 것이다.
나는 대학생 시절 학식 있는 외할아버지께 찾아갔다.
할아버지는 성당을 다니고 계셨다.
40대 이후 천주교를 갖게 된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과 저녁에 정성스레 기도를 하셨다.
할아버지께 여쭤봤다.
"할아버지! 신이 진짜로 있는 거예요?"
할아버지는 나의 질문에 Yes or No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말씀하셨다.
"진짜로 있다고 믿는 거야. 믿어야 하는 거야."
그때 깨달았다.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그리고 더 이상 종교에 대해 언쟁하지 않았다.
이후로 종교를 배척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종교를 갖진 않았다.
종교 없이 살아온 지 30년이 넘었고 종교를 가질 계기는 딱히 없었다.
주변에서 나를 전도하는 사람도 없었다.
중학교 때 날 데리고 교회에 간 그 친구 '서리'도 성인이 된 이후엔 나를 전도하지 않았다.
대학생 때 이 친구와도 신의 존재에 대해서 엄청난 논쟁을 한 적이 있다.
그때부터 서리는 나를 전도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암에 걸리고 나서 갑자기 나에게 종교의 세계가 찾아왔다.
내가 아픈 걸 알게 된 주변 사람들 중 종교인들이 항상 하는 말이 있었다.
"내가 꼭 기도할게."
그리고 용기 내서 나에게 말했다.
"너도 주말에 교회 한 번 나가봐. 큰 위안이 될 거야."
결정적으로는 그 어린 시절 친구 서리가 말했다.
"내가 다른 사람들한테는 다 얘기했는데, 너한테만 '안전벨트' 차란 말을 안 한 것 같아. 교회 나가봐라. 응?"
종교가 처음 와닿은 순간이었다.
종교를 가져도 괜찮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신의 존재를 믿고 싶어졌다.
물론 아직 그 정도의 마음뿐이다.
아직 교회나 성당에 나가기엔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는다.
암 투병 이후 대인기피증이 생겨서인지
아직 종교가 내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지
이유는 모르겠다.
30대를 넘긴 무종교인이 이후의 삶에서 종교를 받아들이는 것은 쉽지 않다.
큰 계기가 있지 않는 이상.
난 계기가 생겼다.
그 세계를 알고 싶은 계기가 생겨서 한편으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