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코칭 지도보다는 코칭을 더 좋아했다. 어느 정도 코칭 hour가 쌓이자 여러 코칭펌에서는 이제 제자 양성을 해야 하지 않겠냐는 제안을 많이 하셨었다.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는 나였지만 왠지 코치 양성 교육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았다. "아직 멘토로서의 정체성이 생기지 않았나봐요. 저는 아직 주니어 코치로 더 성장해야 하나봐요." 라는 핑계는 그럴싸하기도 했고.
그러다 작년부터 한 코칭펌과 인연이 되어 코칭 지도를 할 기회가 생겼다. 대표코치의 신뢰로움과 교육의 진정성은 함께 하는데 자부심을 느끼게 하기도 했다. 매주 2시간씩 참여자들의 코칭 장면을 보고 피드백을 하는 과정에서, 아직 자격 인증을 받지 않은 코치들이지만 존재감만큼은 이미 탁월한 분들을 대면하는 것이 참 좋았다. 코칭 장면에 녹아든 그들의 삶에서, 상대를 코칭하는 그들의 태도에서, 코치로서의 묵직한 존재감을 느끼는 순간에는 '아, 이 일을 하기를 참 잘했구나.' 싶기까지 하다.
그 중에 어떤 분은 KAC 취득 후 코칭으로 연결해드리기도 했고, 어떤 분은 다른 분과의 공통 인연으로 더 반가운 만남을 갖기도 한다. 어떤 인연은 꼭 한 번 만나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 마음을 들키기라도 했을까? 과정에 참여했던 분으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마음이 통한 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정갈하면서도 상큼하게 차려진 점심 식탁과 그의 손에 들린 저자 싸인이 콕 박힌 책들, 그의 삶의 이야기까지. 한 사람과의 만남이 이렇게 다채로우면서도 조화로운 게 얼마만인가. 2시간여의 시간은 잡을 새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작년 한 해, 난 무언가를 상실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무언가에 더 연결되기도 했다. 아니, 어떤 것들은 마치 내가 무언가를 상실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연결되기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으로 문이 열린다는 식상한 문장을 굳이 가져오지 않더라도 내 삶은 다양한 연결로 이어지고 있었다. 때론 나를 놓치기도 했고, 때론 휘몰아치는 연결에 정신을 못 차리기도 했다.
새 봄, 추적추적한 비바람을 맞으며 그 연결들이 사실은 길을 만들고 있었음을 본다.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였던 길이었지만, 무심코 연결된 것처럼 보였던 길이었지만. 새 길을 만들고 있었음을 본다.
그와의 기분 좋고 풍요한 만남이 나를 어디로 연결할른지 아직은 모르겠다. 다만 그의 삶의 결을 보며 내 안에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고 있음을 알 뿐.
오늘의 연결은 어떤 길을 만들어낼까?
그의 책의 한 구절이 마음을 찾아온다.
"바람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바람이 대답합니다.
자기도 길을 잃었다고.
바람은 여전히 길을 만들고 있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내 발걸음이 길이 되니까"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 이주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