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코어카드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사실로 경영하게 만드는 도구가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요즘 매출이 좋아 보이는데?", "팀 분위기가 안 좋은 것 같아"라는 감으로 경영합니다. 하지만 코어카드는 감이 아닌 숫자로, 주관이 아닌 객관으로 회사를 보게 만듭니다.
재무제표를 아십니까? 당연히 아실 겁니다. 손익계산서(P&L), 재무상태표(B/S), 현금흐름표. 경영의 필수 도구입니다. 하지만 재무제표는 후행지표입니다. 결과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지난 분기 매출이 10억이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15%였습니다." 이미 일어난 일입니다.
코어카드는 다릅니다. 선행지표입니다. 결과가 발생한 이유, 즉 원인에 관한 숫자들입니다. 재무제표가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보여준다면, 코어카드는 "왜 일어났는가?"를 보여줍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줍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재무제표에는 "이번 분기 매출 5억"이라는 결과가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코어카드에는 "신규 고객 미팅 20건", "제안서 발송 15건", "계약 전환율 30%" 같은 원인 활동이 적혀 있습니다. 신규 미팅이 줄어들면? 다음 달 매출이 위험하다는 걸 미리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선행지표의 힘입니다.
코어카드를 설명하는 유명한 비유가 있습니다. "악마를 보았다의 최민식 배우님이 되어 독방에 갇혀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매주 한 장의 종이가 업데이트되어 날아옵니다. 그 종이에 적힌 숫자만 보고 우리 회사의 상태를 체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어카드는 바로 그 종이입니다.
그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어야 할까요? 매출? 영업이익?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충분하지 않습니다. 매출이 줄어들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이미 늦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매출이 줄어들 것이다"를 미리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신규 미팅 횟수, 제안서 발송 건수, 고객 문의 응답 시간. 이런 원인 활동들이 적혀 있어야 합니다.
코어카드의 첫 번째 규칙은 주간입니다. 월간이 아닙니다. 왜 주간일까요? 코어카드의 핵심은 "예측"이기 때문입니다. 코어카드에 적힌 숫자를 보고 우리 회사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대응할 수 있습니다.
한 달은 너무 깁니다. 한 달 후에 문제를 발견하면 이미 늦습니다. 일주일 단위로 숫자를 체크하고, 목표에서 벗어나면 즉시 대응해야 합니다. "이번 주 신규 미팅이 목표 20건인데 10건밖에 안 잡혔네? 빨간불이다. 왜 그럴까? 어떻게 해결할까?" 이렇게 일주일 단위로 예측하고 대응합니다.
코어카드에는 결과지표가 아닌 원인지표, 즉 활동 중심의 숫자가 적혀야 합니다. "매출 5억"은 결과입니다. "신규 고객 미팅 20건"은 원인입니다. 원인행동을 측정해야 결과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코어카드에는 각 원인지표에 목표치가 정해져 있습니다. 신규 미팅 20건, 제안서 15건, 응답 시간 2시간 이내.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두말할 것도 없이 바로 빨간불을 켭니다. 그 사안은 이슈 리스트로 넘어갑니다. 변명은 안 됩니다. IDS(Identify, Discuss, Solve) 회의에서만 다룹니다.
"이번 주는 명절이라 미팅이 적었어요." 변명입니다. 빨간불입니다. "고객사 사정으로 미팅이 취소됐어요." 이유는 이해하지만, 빨간불입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IDS에서 이야기하고, 대응책을 찾습니다.
코어카드에 있는 숫자는 맥시멈이 아니라 미니멈입니다. 신규 미팅 20건이 목표라면, 20건은 최소한입니다. 20건 하고 끝내면 안 됩니다. 25건, 30건 할 수 있으면 하는 겁니다.
그런데 만약 구성원이 코어카드 숫자만 딱 채우고 만다면? 두 가지를 봐야 합니다. 첫째, 다른 중요한 일에 집중하고 있는지 봅니다.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둘째, GWC(Get it, Want it, Capacity)나 핵심가치분석표를 통해 올바른 사람인지, 적합한 자리에 있는지 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어카드 숫자는 최소 기준입니다. 그걸 채우는 건 당연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게 목표입니다. 딱 거기까지만 하고 멈춘다면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겁니다.
코어카드는 계층마다 다르게 설계됩니다. 직원, 팀장, 경영자의 코어카드는 담고 있는 숫자가 다릅니다.
개인/팀원: 통제 가능한 활동
개인이나 팀원 단위의 코어카드에는 통제 가능한 활동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들의 손으로 직접 할 수 있는 지표들입니다. 영업사원이라면 "신규 고객 미팅 20건", "제안서 발송 15건", "고객 팔로업 콜 30건" 같은 것들입니다. 마케터라면 "콘텐츠 발행 5건", "캠페인 세팅 3건", "리드 생성 50건" 같은 것들입니다.
핵심은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있는가?"입니다. 매출은 내가 직접 통제할 수 없습니다. 고객이 사야 매출이 나오니까요. 하지만 미팅 횟수는 내가 통제할 수 있습니다. 내가 전화하고, 이메일 보내고, 일정을 잡으면 되니까요. 통제 가능한 활동을 측정하고, 그것을 책임집니다.
팀장: 효율 지표
팀장의 코어카드에는 개인/팀원들이 한 활동들이 모여 만들어진 효율 지표가 들어갑니다. 영업팀장이라면 "제안 전환율 30%", "평균 계약 금액 5,000만원", "고객 유지율 85%" 같은 것들입니다. 팀원들이 미팅을 하고 제안서를 보낸 활동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효율입니다.
물론 팀장 차원에서의 개인 코어카드도 들어갈 수 있습니다. "팀 회의 주 1회", "1on1 미팅 주 5회", "채용 면접 월 3회" 같은 것들입니다. 팀장은 팀원들의 활동을 모아 '팀의 성과'를 책임집니다.
경영자: 선행+후행 모두
경영자 차원의 코어카드에는 결과적으로 얻게 되는 가치에 대한 숫자가 들어갑니다. 매출, 영업이익, 현금흐름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경영자의 코어카드에도 원인지표는 들어가야 합니다. "신규 고객 수", "고객 이탈률", "직원 만족도" 같은 선행지표들입니다.
경영자의 코어카드에는 선행지표와 후행지표가 모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과를 보면서 원인을 추적하고, 원인을 보면서 결과를 예측해야 합니다.
계층별로 책임의 범위가 다릅니다. 직원은 '자기 몫의 활동'을 책임지고, 팀장은 그 활동들을 모아 '팀의 성과'를 책임지며, 본부장은 그 성과를 들고 경영진 회의에 가서 '회사의 목표'를 책임집니다.
영업사원 김대리는 "신규 미팅 20건"을 책임집니다. 영업팀장 박과장은 팀 전체의 "제안 전환율 30%"를 책임집니다. 영업본부장 이상무는 "분기 매출 30억"을 책임집니다. 각자의 코어카드가 있고, 각자의 책임이 있습니다.
코어카드에 들어가는 모든 숫자에는 담당자가 있습니다. 담당자 없는 숫자는 코어카드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누가 책임집니까?"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코어카드는 단순한 숫자 모음이 아닙니다. 예측 가능한 경영을 만드는 도구입니다. 감이 아닌 사실로, 후행이 아닌 선행으로, 결과가 아닌 원인으로 회사를 봅니다.
재무제표는 이미 일어난 일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코어카드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게 해줍니다. 매출이 떨어진 걸 한 달 후에 알면 늦습니다. 신규 미팅이 줄어든 걸 이번 주에 알면 대응할 수 있습니다.
컨설턴트가 드리는 조언
1. 주간으로 운영하세요.
한 달은 너무 깁니다. 일주일 단위로 숫자를 체크하고, 목표에서 벗어나면 즉시 빨간불을 켜세요. 이유는 IDS에서 찾으세요.
2. 원인지표를 찾으세요.
결과만 보지 마세요. 그 결과를 만드는 원인 활동을 찾아서 측정하세요. 매출이 아니라 미팅 횟수, 영업이익이 아니라 제안 전환율.
3. 계층별로 설계하세요.
직원에게는 통제 가능한 활동, 팀장에게는 효율 지표, 경영자에게는 선행+후행 모두. 각자의 책임 범위에 맞는 코어카드를 주세요.
4. 모든 숫자에 담당자를 배정하세요.
담당자 없는 숫자는 코어카드에 들어가면 안 됩니다. "누가 책임집니까?"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최소 기준을 명확히 하세요.
코어카드 숫자는 맥시멈이 아니라 미니멈입니다. 그걸 채우는 건 당연하고,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게 목표라는 걸 명확히 하세요.
코어카드를 공부했습니다. 배웠습니다. 주관이 아닌 객관으로, 감이 아닌 사실로, 후행이 아닌 선행으로 경영한다는 것. 재무제표가 과거를 보여준다면, 코어카드는 미래를 예측하게 합니다.
독방에 갇혀 있어도, 매주 날아오는 한 장의 종이만 보고 회사 상태를 알 수 있습니다. 신규 미팅이 줄었다면 매출이 위험합니다. 고객 이탈률이 높아졌다면 수익성이 위험합니다. 예측할 수 있으니, 대응할 수 있습니다.
주간으로 운영하고, 원인지표를 측정하고, 계층별로 설계하고, 모든 숫자에 담당자를 배정하세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빨간불을 켜고, 변명 없이 IDS로 넘기세요. 코어카드 숫자는 최소 기준입니다.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게 목표입니다.
저도 공부하는 중입니다. 선행지표로 경영하라. 주간 코어카드.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