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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남기는거 어렵지 않습니다

지식 자산화, 20/80 문서화

by 경영 컨설턴트 Tim

"김 부장이 나가면 매출이 반토막 난다." 클라이언트 대표님들이 자주 하시는 말씀입니다. "A가 하면 고객이 만족하는데, B가 하면 클레임이 들어와요." 이것은 회사가 시스템이 아니라 사람(재능)에 의존하기 때문입니다. 지식이 사람 머릿속에만 있고, 회사에는 남지 않습니다.


"그럼 매뉴얼을 만들어야겠네요." 많은 대표님들이 이렇게 시도합니다. 하지만 실패합니다. 300페이지짜리 SOP(표준운영절차)를 만들지만, 아무도 안 읽고 업데이트도 안 됩니다. 서랍 속에서 먼지만 쌓입니다.


지식을 남기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잘못된 방법을 쓰고 있을 뿐입니다. 300페이지를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20%만 남기면 됩니다.


지식 자산화란

지식 자산화는 회사를 사람 의존적에서 시스템 의존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김 부장의 영업 노하우가 김 부장 머릿속에만 있으면, 그것은 회사의 자산이 아닙니다. 김 부장 개인의 자산입니다. 김 부장이 나가면 그 지식도 함께 사라집니다.


하지만 김 부장의 영업 노하우를 핵심만 추려서 문서로 남기면 어떻게 될까요? 신입 사원도 그 문서를 보고 비슷한 수준의 영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지식 자산화입니다. 지식이 사람을 떠나 회사에 남는 것입니다.


맥도날드를 생각해보세요. 전 세계 어느 지점을 가도, 누가 햄버거를 만들어도 똑같은 맛이 나옵니다. 왜일까요? 복제 가능한 시스템이 있기 때문입니다. 햄버거 뒤집는 시간, 소스 바르는 양, 포장하는 순서. 모든 것이 문서화되어 있고, 전 직원이 그것을 따릅니다. 이것이 확장성의 핵심입니다.


20/80 규칙

지식 자산화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20/80 규칙입니다. 100% 완벽하게 적으려고 하면 실패합니다. 300페이지짜리 매뉴얼을 만드는 순간, 아무도 안 읽습니다. 업데이트도 안 됩니다. 시간만 낭비하고 끝납니다.


20/80 규칙은 이렇습니다: "전체 업무의 20%에 해당하는 핵심 단계만 기록하라. 그것이 결과의 80%를 만든다." 세세한 것까지 다 적는 게 아닙니다.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단계만 적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채용 프로세스를 문서화한다고 해봅시다. "구인 사이트에 어떻게 로그인하는지", "이력서를 어떤 폴더에 저장하는지", "면접관이 어디에 앉는지" 이런 것까지 적을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채용 공고 작성 → 서류 심사 기준 → 면접 질문 리스트 → 합격 통보 방법" 이 핵심 흐름만 적으면 됩니다. 필수만 남긴 가이드입니다.


파일럿을 생각해보세요. 비행기를 이륙할 때 300페이지짜리 매뉴얼을 읽지 않습니다. 한 장짜리 체크리스트를 봅니다. "연료 확인 → 플랩 각도 확인 → 관제탑 교신 → 이륙." 핵심만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비행기는 안전하게 이륙합니다. 20%의 핵심만 기록해도 충분합니다.


3단계 실행법

지식 자산화는 3단계로 진행됩니다. 복잡하지 않습니다.


1단계: 식별하라

회사의 모든 업무를 다 적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의 비즈니스는 6-10개의 핵심 업무로 돌아갑니다. 이것들의 이름부터 정하세요.


대부분의 회사는 이 7가지로 돌아갑니다:

- 인사(HR): 사람을 구하고, 교육하고, 내보내는 과정

- 마케팅: 우리를 알리고 잠재 고객을 만드는 과정

- 영업: 잠재 고객을 진짜 고객으로 바꾸는 과정

- 운영(Operations):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 (가장 큰 덩어리)

- 재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흐름을 관리하는 과정

- 고객 관리: 불만을 처리하고 재구매를 유도하는 과정

- (선택) 전략: 회사의 방향을 잡는 과정

여기서 우리 회사에 맞는 것을 골라냅니다. "우리 회사는 이 7가지로 돌아갑니다. 동의하십니까?" 이렇게 확정합니다.


2단계: 문서화하라

이제 위에서 정한 6-10개 핵심 업무마다 문서를 만듭니다. 여기서 20/80 규칙을 적용합니다. 100% 완벽하게 적지 않습니다. 핵심 단계만 담은 문서로 만듭니다.

원칙:

- 분량: 간결하게 (길면 안 됨)

- 내용: "우리는 이런 순서로 일한다"는 큰 흐름만

- 방식: 긴 줄글보다는 불렛 포인트, 플로우 차트

(이미지, 비디오 등도 좋습니다. 핵심은 보고 비슷한 수준으로 할 수있게 함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HR 문서는 이렇게 만듭니다:

HR 핵심 업무

- 채용 공고 (양식 A 사용)

- 서류 심사 (기준: 경력 3년 이상, 자격증 필수)

- 면접 (질문지 B 사용)

- 합격 통보 및 계약서 작성

- 첫날 오리엔테이션 (체크리스트 C 확인)

이게 끝입니다. "어떤 이메일 제목으로 보내는지", "계약서는 몇 부 출력하는지" 이런 건 안 적습니다. 필수만 남깁니다.


3단계: 전 직원이 따르게 하라

문서는 서랍에 있으면 쓰레기입니다. 전 직원이 이것을 따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일하는 방식(The Way We Do It)"입니다.


어떻게?

교육: 신입 사원이 오면 이 문서를 보고 교육합니다. "우리 회사는 이렇게 일합니다."

측정: 코어카드를 통해 이 방식을 지키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번 주 채용 공고는 양식 A를 썼나요?"

관리: 이 방식을 자꾸 어기는 직원은 교정하거나 내보냅니다.


창의성은 어디로?

클라이언트가 자주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우리 일은 너무 복잡하고 창의적이라 문서화가 안 돼요." 이것은 오해입니다.


창의성은 매뉴얼이 없을 때 나오는 게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반복적이고 루틴한 업무를 시스템에 맡겨버려야, 직원들의 뇌 용량이 확보되어 진짜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채용할 때마다 "어떤 질문을 하지?", "계약서 양식이 어디 있더라?" 이런 걸 고민하면 에너지가 낭비됩니다. 하지만 필수만 남긴 가이드가 있으면? 그 고민은 사라집니다. 그 에너지를 "어떻게 더 좋은 인재를 찾을까?"에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짜 창의성입니다.


파일럿이 이륙 체크리스트를 보는 건 창의성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기본을 지켜서 안전을 확보하고, 그 위에서 더 나은 비행을 하는 겁니다. 지식 자산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함정: 너무 세세하게 적으려는 욕심

지식 자산화를 하다 보면 자주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너무 세세하게 적으려는 욕심입니다.


"영수증 처리하는 법도 적어야 할까요?", "명함 신청하는 법도 적어야 할까요?", "탕비실 청소하는 법도 적어야 할까요?" 아닙니다. 그건 절차입니다. 영수증/명함은 재무/인사 업무 안의 작은 체크리스트일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회사의 기둥이 되는 큰 덩어리만 찾고 있습니다. 자잘한 건 그 안에 다 집어넣으세요. 20%의 핵심만 남기면 됩니다.


대표님께

지식 자산화는 회사의 가치를 높입니다. 김 부장이 없어도 돌아가는 회사, 신입이 와도 빠르게 적응하는 회사, 확장할 수 있는 회사.


300페이지짜리 매뉴얼을 만들 필요 없습니다. 파일럿의 체크리스트처럼, 핵심 단계만 담은 문서를 만드세요. 20%만 남기면 됩니다. 그것이 결과의 80%를 보장합니다.


컨설턴트가 드리는 조언

1. 백지에서 시작하지 마세요.

"프로세스를 적어보세요"라고 하면 막막합니다. 대신 표준 템플릿(HR, 마케팅, 영업, 운영, 재무, 고객 관리, 전략)을 먼저 보여주고, 여기서 가감하게 하세요. 전 세계 기업의 90%는 이 7가지 안에 다 들어갑니다.


2. 운영(Operations)을 쪼개세요.

운영이 가장 큰 덩어리입니다. 제조, 서비스, 유통 등 업종마다 다릅니다. "고객에게 가치가 전달되는 흐름"을 그려보게 하면 쉽습니다. 제조업이라면 "자재 구매 → 생산 → 품질 검사 → 배송" 이렇게 쪼개세요.


3. 20/80 규칙을 강조하세요.

클라이언트가 자꾸 세세하게 적으려고 하면 말려야 합니다. "대표님, 100% 완벽하게 적으면 아무도 안 읽습니다. 핵심 20%만 남기세요. 그게 결과의 80%를 만듭니다."


4. 전 직원이 따르게 만드세요.

문서는 만들고 끝이 아닙니다. 교육하고, 측정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것을 안 지키는 직원은 교정하거나 내보내세요. "이게 우리 방식입니다."


5. 창의성 논쟁을 미리 차단하세요.

"우리는 창의적이라 매뉴얼이 안 맞아요." 이렇게 저항하면 이렇게 말씀하세요. "대표님, 창의성은 기본이 지켜질 때 발휘됩니다. 반복 업무를 시스템에 맡기면, 직원들이 진짜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지식 남기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

지식을 사람에게 두지 말고 회사에 남기라는 것. 김 부장이 나가도, 신입이 와도, 회사는 돌아갑니다. 이것이 시스템입니다.


300페이지 매뉴얼은 필요 없습니다. 20%만 남기세요. 핵심 단계만 담은 문서, 필수만 남긴 가이드, 20%의 핵심만 기록. 이것만으로 충분합니다.


6-10개 핵심 업무를 식별하고, 각각을 간결하게 문서화하고, 전 직원이 따르게 만드세요. 교육하고, 측정하고, 관리하세요. 이것이 우리 방식입니다.


지식 남기는 거 어렵지 않습니다. 지식 자산화, 20/80 문서화.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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