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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은 안전이 아니라,
가장 교묘한 덫이다

인간이 떠나지 못하는 건 편안해서가 아니라,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by Billy

나쁜 관계도 쉽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그건 그 관계가 편안해서가 아니다.
그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상처보다
불확실성을 더 두려워한다.


새로운 곳으로 옮겨 가는 일보다
지금의 상처를 견디는 일을
더 익숙하게 받아들인다.


익숙함이라는 것은
좋고 나쁨의 기준과 상관없이
우리의 마음을 붙잡는다.


아무리 불편하고,
아무리 상처가 있고,
아무리 소모적이어도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대략 알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한 안정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고통 속에 더 오래 머문다.


새로운 기회는 기회이기 이전에
두려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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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우리의 뇌와 마음이
새로운 불확실성을 견디는 데
놀라울 만큼 서툴기 때문이다.


익숙함의 덫은
이렇게 작동한다.
“여기가 불행한 건 알겠어.
하지만 딱히 더 나빠질 일은 없겠지.”
이 생각이
우리를 붙잡는다.


그러나 떠나야 할 관계는
머리가 아니라
몸이 먼저 알고 있다.
잠들기 전의 불편함,
대화를 할 때의 긴장,
스스로를 설명해야 하는 피로감이
신호처럼 쌓여 간다.


익숙함은 안전을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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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변화하지 않는 불행을 준다.
그 불행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더 깊이 갇힌다.


관계를 떠난다는 것은
어떤 결심의 문제가 아니라
어두운 방에서 창을 여는 일과 같다.


바람이 차갑게 스칠 수 있지만
그 바람이 들어와야
숨을 쉴 수 있다.

인간은
상처를 피하고 싶어 하는 존재가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더 두려워하는 존재다.


이 사실을 이해한 순간부터
우리는 비로소
익숙함이라는 덫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떠난다는 건
도망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바로 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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