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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은 감정이,
그림자를 만든다

관계를 흐리게 만드는 것은 갈등이 아니라, 감정의 음영이다

by Billy

관계의 문제는
갈등에서 터지지 않는다.



진짜 균열은
말하지 않은 감정이
조용히 쌓일 때 생긴다.


처음엔 아무 일도 없어 보인다.
그저 작은 불편함,
말하지 않은 섭섭함,
당장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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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감정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때
그 자리에서 멎지 않는다.
대신 그림자처럼 길어지며
관계의 틈을 스며든다.


말해버리면
사라질 수도 있었을 감정이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체를 얻는다.


그림자는 스스로를 키우는 법이 없지만
우리가 외면할 때
더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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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흐릿해지는 순간은

대개 큰 사건 때문이 아니다.
소리 없는 감정이
서서히 관계의 색을 바꾼다.


명확했던 마음이 흐림으로 번지고
선명했던 거리감이
중간 어디쯤에서 멈춰 버린다.


갈등은 때때로
관계를 더 선명하게 만들기도 한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이해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묻어둔 감정은
어떤 대화도 허락하지 않는다.


말하지 않은 감정은
말할 기회를 잃고,
말할 기회를 잃으면
이야기할 용기도 사라진다.
그렇게 관계는
조용히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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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은 드러났을 때가 아니라
숨겼을 때 더 큰 힘을 가진다.
빛을 가리는 것은
항상 그림자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가 느낀 감정을
정확한 언어로 말하는 일.
그 작은 표현이
관계의 흐림을 걷어내고
다시 빛을 통하게 한다.



감정의 음영을 인정하고 말할 수 있는 사람만이
관계를 지켜낼 수 있다.
숨길수록 깊어지고,
말할수록 사라지는 것이
감정의 오래된 법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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