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가 흐려지는 건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의 이름 때문이다
좋아함과 필요함의 차이는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관계를 가장 깊게 흔드는 지점이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를 좋아해서 곁에 둔다고 믿는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곁을 놓지 못하는 이유가
애정이 아니라 의존일 때가 있다.
좋아한다는 말 뒤에
너무 많은 감정이 숨겨질 수 있다.
외로움, 불안, 상실감,
그리고 혼자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그 감정들이 뒤섞이면
우리는 상대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필요해서’ 곁에 두는 것이다.
필요함은 편안하다.
예측할 수 있고,
던지면 돌아오고,
기대면 버텨주는 존재가 있다는 믿음을 준다.
하지만 필요함 위에 쌓인 관계는
무너지는 속도도 빠르다.
필요가 사라지면
관계도 함께 사라지기 때문이다.
반대로 좋아함은
소유가 아니라 선택이다.
상대가 내게 무엇을 해주는지와 상관없이
그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필요함은 나를 중심에 두지만
좋아함은 상대를 중심에 둔다.
우리가 스스로도
좋아함인지, 필요함인지
헷갈리는 순간이 있다.
그때 관계는 쉽게 왜곡된다.
애정이라고 믿고 주었던 행동이
알고 보면 의존이었고,
의존이라고 생각했던 감정이
알고 보면 애정일 때도 있다.
경계가 흐려지는 그 지점에서
관계의 모양은 변하기 시작한다.
필요함은 상대를 붙잡게 만들지만
좋아함은 상대를 이해하게 만든다.
궁극적으로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건
좋아함의 방향이다.
필요함은 관계를 가깝게 만들지만
좋아함은 관계를 깊게 만든다.
우리는 결국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나는 이 사람을 좋아하는가?”
아니면
“이 사람 없이는 불안한가?”
이 질문에 솔직해지는 순간,
관계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비로소 왜곡되지 않은 관계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