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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말해야 하는 이유

친밀함은 예측이 아니라, 확인에서 유지된다

by Billy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익숙한 문장이지만
관계에서 가장 큰 착각이기도 하다.



특히 오래된 관계일수록
이 착각은 더 크게 자란다.


함께 보낸 시간이 많고
서로에 대해 안다고 믿는 만큼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마음을 읽어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오래된 관계일수록
오히려 모르는 부분이 더 많아진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사람은 계속 변하고,
그 변화를 서로가 모두

따라잡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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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집에 살아도
같은 공간에 있어도
마음의 속도와 결은
언제나 다르게 변해간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가 알 것 같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모르는 지점이 더 많다.


여기서 역설이 발생한다.
모른다고 말하기엔
서로 너무 오래된 사이라는 것.


이제 와서 묻기엔 어색하고,
설명하기엔 이미 늦은 것 같고,
그 침묵을 깨기엔
서로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관계라는 것.


이 역설이
관계의 균열을 만든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말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고,
말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서로를 잘 안다는 착각은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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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상대는 내 마음을
알아주기를 기대하는 존재가 되고,
나는 상대의 마음을
추측만 하는 존재가 된다.


추측은 이해가 아니고
기대는 소통이 아니다.
이 둘이 겹치는 순간
관계는 조용히 멀어진다.


진짜 친밀함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믿음이 아니라
말해줘서 알게 되는 과정에서 자란다.


오래된 관계일수록
더 말해야 하고,
더 묻고,
더 확인해야 한다.

사람은 오래 함께할수록
더 깊은 대화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기에.



익숙함은 관계를 편안하게 만들지만
확인은 관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는

착각을 버리는 순간,
비로소 우리는
오래된 관계를 오래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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