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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싶은 마음의 그림자가
관계를 왜곡할 때

인간의 결핍에서 시작되는 가장 오래된 관계 패턴

by Billy

관계의 많은 패턴은
거창한 이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결핍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가치 있는 존재로 보이고 싶다.


이 욕구는 너무 자연스러워
오히려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욕구가
채워지지 않은 채 오래 방치되면
감정의 그림자가 생긴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관계를 기형적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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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사람은
상대의 말 한마디에 과하게 민감해지고,
말하지 않은 공간에서
자신에게 불안의 의미를 덧칠한다.


감정은 틈에서 번지고
그 틈은 쉽게 오해를 낳는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관계를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만든다.
나를 더 크게 보이려 하고,
상대를 무의식적으로 시험하고,
그 시험조차 상대가 모르게 치러지기를 바란다.


이런 패턴은
애정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결핍이 만든 그림자다.


결핍은 온도를 바꾼다.
사람의 온도가 따뜻함이 아니라
불안으로 데워진 순간
관계는 너무 뜨겁거나
너무 차가워진다.


둘 사이의 적당한 온도는
결핍이 배경에 깔리면 쉽게 무너진다.


문제는
이 모든 패턴이
의도가 아니라는 점이다.
상대를 조종하려는 마음도,
관계를 힘들게 하려는 의도도 아니다.


그저 내 안의 빈자리가
상대를 통해 채워지길 바라는
아주 오래된 본능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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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결핍에서 비롯된 관계는
항상 비대칭적이다.
한쪽은 의지하고,
한쪽은 지탱하고,
한쪽은 기대고,
한쪽은 대신 감당한다.


시간이 흐르면
이 비대칭은 피로가 되고
피로는 관계의 흔적 위에
서늘한 그림자를 남긴다.


성숙한 관계는
결핍이 없는 관계가 아니라
결핍을 자각하는 관계다.


내 안의 빈자리를 인정할 때
비로소 상대에게 채움을 요구하지 않게 된다.


필요와 애정의 경계가 분명해지고
관계의 온도가 서서히 균형을 찾는다.



결핍은 인간의 본질이지만
그 결핍을 모른 채 사랑하려 하면
관계는 쉽게 기형이 된다.


진짜 건강한 연결은
내 빈자리를 상대가 메우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잃지 않기 위해
내가 스스로 단단해지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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