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프란

by 송양파


아무리 나와 소원한 존재도 오다가다 옷깃이 스칠 수 있는 것처럼, 사프란과 나 사이에도 접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는 오직 여기서 발생한다.(모리 오가이, 사프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사실 옷깃은 소매가 아니라 목에 둘러 대어있는 부분을 말한다. 옷깃은 쉽게 스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모리 오가이와 사프란의 옷깃이 얼마나 넓었는지는 모르겠다.


사프란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식물을 향한 경외로움을 거쳐, 인간 행동의 동기와, 타인의 휘두름에 대한 얼떨떨함, 그리고 마침내 생물 간 연대로 이어진다.


어찌보면 ‘고작’ 사프란일 뿐이다.

그런데 모리 오가이는 고작 사프란으로부터 타인(나)을 감동시키는 ‘쉽지 않은’ 일을 해냈다.


사소한 것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꽤 커다란 교훈을 안겨준다.


며칠 전 엄마는 바깥이 추워 재빨리 안으로 들어가려는 나를 부르며 하늘에 별이 정말 많다고 웃으며 말했다. 엄마의 미소만큼이나 예뻤던 별들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많은 생각들이 들었는데,


첫번째는 그동안 이런 순간의 아름다움들을 얼마나 놓치고 살았을지에 대한 안타까움.

두번째는 하늘에 놓여진 수많은 별들에 감동하여 딸에게도 보여주고픈 엄마의 마음에 대한 고마움.

세번째는 앞으로 나 역시 하늘과 땅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놓치지않고 들여다보아 제대로 만끽하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쁨을 공유해주는 사람이 되고자하는 다짐.

네번째는 과연 하늘에 반짝거리는 점들이 정말 별일지, 아니면 우주 쓰레기로 불리는 인공위성의 부속물일지에 대한 궁금함.

다섯번째는 인공위성이건 간에 궁극적으로 나와 같은 지구인에겐 반짝거리는 우주의 아름다운 무언가로 여겨진다는 불변의 사실에 대한 위로.

여섯번째는 만일 정확한 형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멀리 보았을 때 아름답다면 실제 본질은 그렇지 않더라도 괜찮은가에 대한 철학적 의구심.

일곱번째는 고작 별이 하늘에 평소보다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선명하게 떠있을 뿐인데 여섯가지 혹은 그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에 대한 질림?


결론은 '평소에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고 땅도 유심히 살필 것이다, 그러다 아름다움을 발견하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도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공유하겠다, 내가 엄마에게 느꼈던 따스함을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느껴준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라는 것인데 말이다...


(사실 우주쓰레기와 별 사이에서 커져버린 의문들은... 그저 결론내리지 못한 물음들일 뿐이고...)


마찬가지로 ‘고작’ 별일 뿐인데 말이다. 내가 천문학자도 아니고, 우주 관련 직종을 희망하는 것도 아니고, 나에게 별은 그저 이 긴 이야기의 시작점으로서의 별일 뿐인 사람인데 말이다.


별이든 꽃이든 뭐든 간에, 이들과 나 사이의 옷깃보다 훨씬 넓은 옷깃을, 능동적으로 때론 의도치 않게, 어찌됐건 서로 질리게 부딪치고 부딪혀가는 인연들에게...

하물며 사프란와 모리 오가이 그리고 나와 반짝이는 별 사이의 소원한 관계에도 접점이 있는데, 나와 소중한 인연들간의 접점은 얼마나 크고 대단할까.


커다란 접점을 이루고 있는 우리는, 서로에게 참 커다란 존재로서 살아간다. 겨우 사프란만큼의 존재가 아니다. 관계가 커질수록 기쁨과 행복과 슬픔과 분노의 마음도 커지듯이 우리의 관계는 겨우 사프란같은 것과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더 노력하고, 더 사랑해야한다.


그리고 마침내 우린 서로에게 사프란에게서 그리고 반짝이는 별에게서 얻은 것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무언가를 주고 받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