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향 가는 그 길에서 부르고 싶은 찬양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노래를 참 많이 듣는다. 여러 곡을 두루 섭렵하기보다는, 한 두개의 곡을 집중해서 듣는 편이다. 크리스천이라 CCM이나 복음성가도 많이 듣는데, 가장 좋아하는 찬양이 있으니 499장 <저 장미꽃 위에 이슬>이다.
(감리신학대 합창단이 부른 <저 장미꽃 위에 이슬>을 자주 듣는다. 글을 보며 함께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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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절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 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2절 그 청아한 주의 음성 울던 새도 잠잠케 한다 내게 들리던 주의 음성이 늘 귀에 쟁쟁하다
3절 밤 깊도록 동산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후렴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어느 날이었다. 사람에게 상처 받고 힘들어하는데, 유독 그날은 과거의 쓴뿌리도 올라와 나를 괴롭혔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마치 영화처럼 쭉 펼쳐졌다. 동시에, 아픔이 부어올랐다. 유년시절, 청소년기, 문청시절의 실패와 좌절된 꿈, 싸우거나 어색해져서, 혹은 죽어서 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들.. 가끔 감상에 빠지면 기분이 착 가라앉긴 했지만, 이번엔 심각했다. '위험하다. 어떡하면 좋지?' 그러다 문득 이 찬양이 생각났고, 검색해서 듣기 시작했다.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 때에,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문득 가사 그대로의 이미지가 떠올랐다:
고요한 아침, 아직은 이른 시간.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혼자 산책을 나간다. 복잡하고 착잡한 마음을 추스르며 천천히 걷고 있는데 눈에 띈 새빨간 장미 한 송이. 그리고 그 위에 촉촉하게 내린 이슬. 관찰하다보니 어지러운 마음이 조금 누그러지고, 그제야 주변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바람 소리, 풀 바스락거리는 소리, 어디선가 들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마음 속에서 울리는 평안한 음성.
그 청아한 주의 음성 울던 새도 잠잠케 한다, 내게 들리던 주의 음성이 늘 귀에 쟁쟁하다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인다. 평소에 잘 듣지 못한 것이지만, 어딘가 친숙하고, 깊은 위로가 된다. 마치 오래 전부터 나를 알아온 사람인 듯하다. 더 집중해보니 살아오면서 몇 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누군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누구십니까?내가 묻고,"내가 너를 사랑한다." 그 음성이 답한다. 그제야 깨닫는다. 주님이시다. 삶 가운데 마음을 구푸리면 귀에 쟁쟁하던 음성. 하지만 학업, 돈, 명예, 성취 등 세상 소음에 가려 제대로 듣지 못했던 목소리. 나는 답한다. 예 주님.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여기 있습니다.
밤 깊도록 동산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론 세상에 할 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오랜만에 세상이 주지 못하는 평안함을 누린다. 무엇인가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존중받는다. 과거의 쓴뿌리가 나를 잡지 못하고, 미래의 두려움이 나를 삼키지 못한다. 주님과 함께 교제하는 이 시간만이 오롯이 남아, 살풋하게 대화를 나눈다.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토로하며 어리광을 부린다. 미래에 대해 묻는다. 이 품 안에서 계속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분은 곧 일어서시며 내게"이제 세상으로 가라"고 말씀하신다. 아직은 나를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그리고 덧붙이신다."내가 너와 함께 할 테니, 잘 부탁한다"고.
주가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깊은 위로를 얻었다.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참함 속에 있을 때도, 누군가는 내 곁에 있었던 것이다. 도저히 일어설 수 없는 순간에도, 누군가 내 손을 붙잡고 놓지 않았던 것이다. 혼자 가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그 시점에도 누군가는 나와 동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혼자서 어찌할 바 모르고 아등바등 살던 내 손을 붙잡아주신 주님. 어찌할 수 없는 죄와 상처에 짓눌려 신음하던 나를 불러, 내가 아들을 내어주어 너의 죄를 사했다. 내가 너를 이토록 사랑한다(요 3:16) 말씀하신 주님. "사랑하는 자야 일어나서 나와 함께 가자"(아2:10) 말씀하시고, 잃어버린 영혼들에게 복음을 전파하라는 지상명령(행 1:8)과 함께, 내게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사람을 세운다'는 꿈을 주신 주님.
이 곡을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소원을 가슴에 새긴다. 맡겨주신 사명 잘 감당한 뒤 생을 마치고 본향으로 돌아갈 때, 주님 만나러 가는 그 길에서 가슴 벅찬 감격으로 이 찬양을 불렀으면 좋겠다는.. 앞으로도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점차 더 깊어져서, 삶의 끝자락에서 마지막으로 고백할 적엔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이 지금보다 더 사무치는 감동으로 다가왔으면 좋겠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