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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류아 Jul 24. 2019

꿈을 꿨습니다.

이상을 좇아간 여정을 기억하며



간밤에 꿈을 꿨습니다.

그리운 사람들이 참 많이 나왔습니다.

구체적 내용도, 나타난 사람도 다 기억하지는 못합니다만, 꿈을 꾸는 내내 흘렀던 그리움의 정서. 이 하나는, 잠에서 깬 뒤에도 꽤 오랫동안 마음속에 고여 있었습니다. 나는 가슴을 저며 오는 진한 그리움을 다 헤아리지 못한 채, 잠시 우두커니 멎었습니다. 그리고 골똘히 상념에 잠겨봅니다.



 세상을 바꿔보겠다고, 같은 이상을 가지고 의기투합하여 치열하게 분투한 몇 년의 시간을 생각해봅니다. 각자 자기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그리고 주말마다 시간을 쏟아 부으며 청춘을 불사른 우리들. 으로 부푼 마음. 맑은 붉은 입술. 열정 어린 육체. 이리저리 방황하자라나가는, 자아. 태초부터 영원까지 함께하실 그분에 대한, 믿음.

 우리가 가진 거라곤 그뿐이었습니다.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해.

 그 시절 우리의 이상은, 글자 그대로 이상(理想)에 불과했을지도 모릅니다. 주변에서는 '무모하다', '이루어질 수 없다'고 많이들 말했습니다. 저 또한 무모한 짓일지도 모른다는 회의감, 낙망하는 마음과 자주 싸웠습니다. 그래도 계속 길을 갔던 건, 조금이라도 더 현실로 만들어보려는 마음과 생각. 몸부림. 이상을 향한 한 걸음 걸음- 이 모든 여정을 함께하고 싶었던 까닭입니다.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해- 함께.

 그 한 걸음 한 걸음을 걸어본 경험이, 나를 빚었습니다. 나는 이제 또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가끔, 지난 발자국을 반추하며. 자취를 더듬어가며.


저 멀리 어딘가를 향해, 함께.

 비록 지금은 뿔뿔이 흩어져 버렸지만, 지난 나날 우리가 흘린 눈물과 땀방울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이런저런 모양으로 열매가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우리가 직접 보지 못하도.




이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지요.

 마냥 아름답고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딱히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이제 와 돌이켜보니, 저에게는 좋은 기억보다 씁쓸하고 힘든 상흔이 더 크게 남은 까닭입니다. 아직까지도 생생히 고통스러워하는 아픔 또한 있습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큰 상처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형언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반짝거리는 이유는, 과거인 까닭일까요? 못다 이룬 꿈을 아쉬워하는 진한 노스텔지어. 아니면 제가 워낙 사람을 좋아하여 두고두고 떠올리기 때문일까요? 나는 명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괜찮습니다, 알지 못해도.


 한바탕 흐드러진 꿈은 끝났지만, 또 다른 꿈을 새로이 품고 걸어갈 나날은 아직, 더 길게 남아있는 까닭입니다.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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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일 - Seryuah@naver.com

*모든 독자님께 열려 있습니다 ^^


사진 출처(이하 작가명): http://pixabay.com  

표지 및 마지막: "Free-Photos"

1번: "Alexas_Fotos"

2번: "Gentle7"

3번: "gi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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