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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Dec 21. 2021

막돌

12월 19일 아침 6시 21분

나는 목이 메고 메어서 녀석을 내 가슴에 안으려 했지만 녀석은 기어코 그저 바닥에 눕고 싶어 했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녀석을 가슴에 안고 떠나보낼 수 있었다. 녀석이 마지막 숨을 들이쉰 건 어제 아침 6시 20분 즈음이었다. 그리고 녀석은 떠났다. 나는 크게 들숨 날숨을 조절하며 흔들리는 감정을 잡으려 하였지만 흐르는 눈물만은 어찌할 수 없었다. 하늘이도 꽃순이도 이쁜이도 아는지 모르는지 물끄러미 바라볼 뿐 조용했다. 그렇게 조용히 녀석의 식어가는 몸을 지켜봤다. 이제 녀석의 귀엽고 둥근 몸을 다시 보지도 만지지도 못할 것이고 녀석이 내 품 안으로 기어들어와 잠을 자고 비벼대서 귀챦아 할 일도 없을 것이다. 녀석은 떠났다. 녀석의 몸은 여기서 이렇게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데 녀석은 어디로 떠났을까?

6일 전 동물병원에서 녀석의 폐에 가득 찬 물을 빼냈었다. 다시 물이 들어차지 않는다면 살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일주일 정도가 남은 시간이라고 의사는 말했다. 물은 다시 차 올랐고 희망의 빛은 꺼져갔다. 녀석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몸을 닫았다. 녀석이 좀 더 편안할 수 있도록 발목에 꼽아 논 주삿바늘을 빼 주었다. 녀석은 먹지도 마시지도 않았지만 가쁜 숨을 쉬며 조금씩 걷기도 했고 내 품에 안겨 잠시 쉬기도 하며 나와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녀석의 힘든 모습을 지켜보는 내 가슴은 찢어졌다. 녀석에게도 아직 못다 한 그 무엇인가가 있었던 걸까? 마지막 그 순간, 그 순간을 놓는 것은 동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일까? 내가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에 돌아 가신 나의 할아버지도 마지막 한 숨을 어렵게 들이쉬며 그 숨 줄을 놓으셨다. 나는 어떠할까?... 나는 지금 슬픔과 멍함 사이에서 헤매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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