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에 피는 HillTopHut 꽃들
새벽에 내린 비는 하얀 안개가 되어 온 산을 덮었다.
안갯속에 푹 잠겨 보내는 아침시간은,
특히 산을 내려가야 할 일이 없을 때 온전히 좋음을 느낀다.
오늘 아침, 먹거리 씨앗 파종을 몇 가랑 더 했고,
조금씩 어설픈 개 짖는 소리를 내는,
생후 13일째 아가들의 꼬물거림을 지켜보고 있는 것도,
지금은, 지금은 그저 좋다.
일렁거리는 불결을 지켜보는 것도,
사그라드는 불씨 앞에서 눈을 감고 그 온기를 느끼는 것도 좋다.
현실 속에서 걱정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모든 게 안갯속으로 푹 가라앉아 거슬리지 않는 이 느낌도 좋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내 삶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아마, 요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공동체 안에서 주변을 살피며 베풀되,
그 안에서 물 흐르듯,
바람이 불듯한 ‘내’가 되는 것일 것이다.
장자의 소요유가 생각난다. 그 말을 참 좋아하는 거 같다.
하지만 아직 가까워지긴 너무 먼 당신 같은 의미다.
그날을 위해, 오늘도 오늘, 지금을 소요유하면
언젠가는 그것과 동무하며 같이 산책을 나갈 수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