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에서 비롯된 인연
"느그덜 이쁜 것은 너희 엄마 이십 대 때에 비하면 이쁜 축에도 못 껴야" 생전에 아빠가 항상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다. 세 딸들을 칭찬과 함께 한꺼번에 나락 보내버리는 울 아빠의 기술이었다
아빠와 엄마는 연애결혼이었다 당시 전남방직 다니던 엄마와 동료들을 아빠친구분이 주선해서 군대에서 막 제대한 아빠와 친구 분들로 해서 단체미팅으로 만났던 게 계기 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둘이 짝꿍이 되었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나 보더라. 다 같이 놀고 헤어지는 길에 엄마가 집에 가는 택시 안으로 아빠가 연락처를 들이밀었고 그 뒤로도 주선자를 통해 계속 아빠가 엄마를 만나자고 연락해 왔고 엄마와의 밀당이 한참있었던 것 같다
엄마 말은 아빠가 새까매서 싫으셨다지만 솔직히 아빠가 갓제대한 군인이라 피부는 거무잡잡하긴해도 인물이야 미남이셨다 지금도 동생들과 나는 "엄마는 아빠 인물 보고 살아서 좋았겠어"라고 할 정도로 아빠인물도 참 좋으셨다
"아빠는 엄마와 결혼하기로 결심한 이유가 뭐야?"
내가 물었던 기억이 있다 아빠는 아빠가 엄마 젊었을 당시 광주 송산 유원지 쪽에 여럿이서 커플로 놀러 갔었던 적이 있다고 하셨다
전날 밤 비가 좀 내렸었는데 그 비로 인해 다들 신발이 진흙으로 더럽혀졌다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에 보니 아빠 신발만 깨끗이 닦여 있었다고 한다.
그 순간 아빠는 '아, 이 여자와 결혼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드셨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던 엄마는
"나 아닌데?"
하시는 거다.
순간 나는 그냥 빵 터져버렸다
오해에서 비롯된 인연이다
“그러나 인연은 언제나 시간과 장소를 가려서 온다. 때로는 그것이 오해로 시작되기도 한다.”(피천득- <인연> -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