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우대, 인생에서도 통할까?
민증을 까보면(죄송합니다, 좀 상스러운 표현이지만 이게 찰지니까요) 반백 년을 살았습니다.
이 정도면 인생이라는 동네의 골목길까지 훤히 꿰뚫는 '모범택시 기사'가 되어야 정상 아닙니까?
하지만 현실의 저는 '초보운전 스티커를 50년째 붙이고 다니는 ‘아재’입니다.
운전대는커녕 뚜벅이 보행자 신세가 맞겠네요.
툭하면 "어? 이 길이 아닌가 봐" 하고 멈춰 서서 두리번거리기 일쑤니 까요.
제 인생 내비게이션은 고장 난 게 분명합니다.
50년째 "경로를 이탈했습니다"라는 멘트만 날리고 있으니까요.
어제 다녀온 미용실 원장님은 가위질 15년에 '가위손'이 되셨고, 제가 아르바이트하는 횟집 사장님은 30년 칼질에 생선의 영혼까지 발라내는 '회 썰기 만렙'이 되셨습니다.
딱 보면 포스가 흐릅니다.
"아, 저분은 고인 물(마스터)이구나!"
왜 인생에는 '경력직'이 없을까요? 횟집 사장님은 30년 칼질로 눈 감고도 회를 써는데, 인생 50년을 배워도 눈 감으면 그냥 코 베이고.
20~30대 때 겪은 아픔을 극복했다고 해서, 50대에 덜 아픈 게 아니더란 말이죠.
인생 OS는 매번 '호환성 오류'
인생은 마치 '저장 기능이 없는 게임' 같습니다. 기껏 레벨을 올려놨더니, 다음 스테이지(50대)로 넘어가는 순간 레벨이 1로 리셋됩니다.
"야, 나 왕년에 산전수전 다 겪었어!"라고 외쳐봐야 소용없습니다.
지금 닥친 위기는 언제나 '최신 버전'이라, 제가 가진 20년 전 공략집(경험)이랑은 '호환 불가'거든요.
새 폰 샀는데 쓰던 앱 다 먹통 된 기분, 딱 그겁니다. 그러니 50년 경력이 무슨 소용입니까.
저는 매일 아침 '인생 1일 차' 뉴비(Newbie)처럼 허둥댑니다.
50 먹은 겁쟁이의 막무가내
그래서 50년 차 초보인 저에게 필요한 건 '노하우'가 아니라 '뻔뻔함', 좋게 말해 '용기'입니다.
난중일기를 보니 그 천하무적 이순신 장군님도 외로워하고 무서워하셨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거기서 무한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 장군님도 나랑 비슷한 면이 있으시구나!"
용기는 겁이 없는 게 아니라,
다리가 후들거려도 오줌 지릴 각오로 기저귀 차고 한 발짝 내딛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도, 이 매번 낯선 '인생'이라는 전장 앞에서 겁이 나지만, 그냥 덜덜 떨면서 가보려 합니다.
그게 50년 차 초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전략이니까요.
앞으로 브런치에서 "인생은 이렇게 사세요!" 따위의 꼰대 같은 표현은 절대 하지 않겠습니다. (저도 몰라서 지금 헤매고 있거든요).
"저는 오늘도 이렇게 화려하게 삽질했습니다"라는 '삽질 로그'를 올리겠습니다.
업데이트하고 저는 오늘도 그 경로에 발을 내딛습니다. 인생은 ing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