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공립중학교 1학년 사회문제, 아들 시험답안
어제 아침.
아이들 모두 학교에 가고
나 홀로 늦은 아침을 먹는데
식탁에 종이 한 장이 놔뒹군다.
진홍이 학교 쪽지시험인가?
시험지 한 장이 채점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사회시험지고
아시아주에 대해 배우고 있는 모양이다.
한번 쭉 훑어보는데, 내 눈이 멈춰 섰다.
응??? ハングル? (한글의 가타카나)
한글...이라는 가타카나가 써져 있길래 자세히 읽어보았다.
2-(3) 번 문제
“韓国で使われている独自の文字を何といいますか?”
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독자적인 문자를
무엇이라고 합니까?
2-(3) 번 문제의 정답은 한글! ハングル이다.
우리 진홍이는 도대체 뭐라고 써 놨길래
이런 문제를 틀린 거야~~~~????
진홍이의 답안지에는 韓字 라고 쓰여 있었다.
(아이고 혈압아...)
韓字라니….
漢字でもなく、韓字!
(한((문))자, 도 아니고 한((국어글))자)
일본 공립중학교 중1 사회 시험문제,
일한국제가정 자녀의 시험 답안을 보고
한국 엄마는 울다가 웃는다.
엄마가 한국사람인데 '한글'을 모르는 우리 아들, 우짤꼬.
(세종대왕님, 우리 조상님들 송구하옵니다.)
그제였던가. 우리 진홍이가 내가 만든 멸치볶음을 먹으면서
똑 부러진 한국말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분명 이렇게 말했다.
"엄마. 멸치볶음이 너무 맛있어요."
멸치볶음이 얼마나 맛있었으면, 이토록 또박또박, 그것도 한국어로 엄마에게 맛있다는 말을 해 주는 것일까.
평소에는 99.9프로 일본어로만 대화를 하는
(요즘은 그나마도 응, 아니, 엄마 오늘 저녁은 뭐예요?
*이것만큼은 하루에 한 번 꼭! 물어 봄* 등 최소한의 말만 하는 아들이기에.) 진홍이가
엄마한테 한국어로 반찬이 맛있다고,
엄지를 치켜올리며 맛있게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기쁘고 행복했었는데.
(진홍이가 한국말로 말해준 것에 대해.)
사실.... 처음엔 진홍이의 답안지를 보고
너무 어이가 없고,
어떻게 이걸 모르니? 어떻게 이 문제를 틀릴 수 있어?
엄마가 한국 사람인데!
명색이 엄마가 한국어 선생님인데!
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 신랑이 혈압을 올리는 나와 시험지를
번갈아 가며 보더니 ,
태연히 웃으며 하는 말이 더 가관이었다.
"틀린 답도 아니네. 한국에서 쓰는 문자니까 한자韓字!
라고 썼구만. 융통성 있는 한국 선생님이셨다면 맞다고 해 주셨을지도."
(아빠말을 곰곰이 곱씹어보니 또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고. 급기야 '우리 아들 언어 천재 아니야? 독자적인 한글에 새 이름을 붙여주다니!!! 오호호호' 막 엄마 미소까지 흘러나왔다.)
아빠 말을 듣고 보니 또 그렇긴 하네.
우리가 보통 대화를 할 때,
한글, 이라는 말대신 한국어,라고 하기 때문에
진홍이는 한글을 조금은 듣고 말하고
(아직 쓰고 읽기는 거의, 전혀 못하는 수준.)
사용하고 있지만 그것을 "한글"이라고 인식하고 사용하기보다는
"한국어"라고만 알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진홍이의 이 답안이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나름 생각해서, 고민하다가 쓴 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참에 제대로 알려줬다.
아들아. 우리가 한국어 한국어,라고 하고 있지만
한국어韓国語는 한자어이고,
한국어의 순수한 우리말(한국말)은 "한글"이라고 해.
세종대왕님을 비롯한 집현전 학자들이 만든 거고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써 오는 말이야.
어제는 저녁 먹고 "한글"을
(그러고 보니 진홍이에게 "한국어"는 받아쓰기를 시켰는데, "한글"을 써보라고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엄마가 잘못했구만.)
10번 써 보았다.
귀찮아하면서도 끝까지 10번은 다 쓴 기특한 녀석.
소중한 우리의 말과 글, 한글을 소중하게 지켜가고 아름답게 사용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