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고3 담임이라는 명목으로 수능 감독을 가지 않았다. 저연차 교사로서의 반가운 배려다. 어제 학생들의 좋은 결과를 빌며 술을 진탕 마시고 늦게 들어왔다.
‘아 내일 일찍 일어나면 우리 아이들 응원 가야지’라는 마음을 가지고 잠에 청했다.
못 일어날 줄 알았는데 수능 감독을 가는 남편의 모닝콜로 일어났다.
‘애들 응원 가야지!!!!’ 라며 나를 깨웠다.
잠에 취하고 귀찮은 마음에 ‘몇 명이나 본다고...’라고 했지만 그 후로 벌떡 침대에 일어나서 얼굴만 벅벅 씻고 학교로 향했다.
본인들이 시험 치러 학교에 갔는데 인문계열 선생님들만 응원을 나오고 본인들을 가르쳐주는 선생님들은 없으면 한 편으로 얼마나 섭섭할까. 괜찮다고 말하겠지만. 내가 나가면 그래도 든든하지 않을까? 담임들 중 내가 유일하게 이 지역에 있을 테니.라는 마음을 한켠에 가지고 있었다.
난 아이들이 눈치를 보는 게 참 싫었다. 그래서 좀 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미리 사둔 젤리를 패딩 주머니에 놓고 만지작만지작하면서 아이들을 기다렸다.
4명이 응시한다 했지만 2명만 만났다. 그 두 명의 아이들을 응원해 주고 싶어서 6시 50분에 관사에 나섰다. 어색하고 얼굴도 모르는 친구들을 응원하느라 바빴다. 근데 내 뒤에서 은서가 친구와 들어왔다. 준비한 젤리를 은서에게 젤리를 쥐어주었다. 은서는 결혼을 앞둔 나에게 하트 모양 페레로로쉐를 선물해 준 마음 기특한 아이다. 좀 더 어색한 시간을 보내다가 우제가 왔다. 우제가 7시에 도착할 거라 해서 6시 50분에 출발했는데 결국 우제도 나도 7시에 학교를 오지 못했다.
우제에게도 젤리를 손에 쥐어주었다. 우제는 우리 학년에서 제일 듬직하고 너스레도 잘 떨고 아주 순한 친구다.
애들 두 명을 들여보내고 학교 문이 닫히자 나는 다시 관사로 향했다. 그리고 못다 한 잠을 잤다. 평일에 언제 이렇게 늦잠을 잤나. 하면서 진짜 꽤 오래 잤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 책을 몇 자 읽으니 아이들이 학교에서 나오는 모습도 보이고 수능 감독을 갔다던 남편의 전화도 왔다.
‘나 1,3,4교시 정감독이었어. 그래도 1,2,4교시 아니 인 게 어디야.’ 라며 이제 제법 멋쟁이 선생님의 포스를 보이더니 허리가 아프다며 바쁘게 전화를 끊었다.
그냥 나는 아이들의 든든한 응원자가 되고 싶었다. 너희에게도 이런 선생님이 있으니 쫄지 말고 좋은 경험하고 오라고.
기죽지 말고!
수능을 보러 들어간 우제와 은서가 인스타 DM으로 감사 인사를 보냈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잘 보고 와! 도 아닌
“좋은 경험 하고 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