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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Oct 15. 2023

오늘도 나는 아스트랄계 or 안드로메다에 다녀오다

-뭐라는 건지, 나도 모르겠는 안드로메다로 갔다 오는 길

고등학교 1학년 겨울방학 기간에 친구의 주선으로 인천 신명여고 여학생들과 4:4 미팅을 간 적이 있다. 그때 여학생 2명에게서 더 만나보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당시 친구들은 동대문 등에서 산 검은 정장에 구두를 일색으로 걸치고 있었지만, 나는 미팅 이런 거에 개념이 없었던 터라 당시 건달양아치들이 즐겨 입던 종아리와 발목 부분을 폭좁게 수선한 베이지색 면바지, 희색 헤드 칼라티셔츠, 연녹색의 아놀드파마 니트반팔쪼끼, 곤색의 휠라 점퍼, 또 멀리서 보면 카바레신사용 백구두 같이 보이던 하얀색 휠라 골프신발을 착용하고 있었다. 게다가 머리는 5mm 반삭발. 선택받은 게 너무도 의아했다. 나는 연락처를 여학생들에게 받고도 그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함께 있던 친구들이 자신들은 선택받지 못했거나 마음에 드는 애가 없었다며 모두 나가리 치자고 했던 탓이다. 그 당시 나는 나름 의리와 우정이 최우선이었다. 중학교 시절 친구가 없던 탓이기도 했던 듯하다.

그 이후로, 20세 이후로 누군가에게 고백받을 일도 좋아한다거나 좋아한다는 고백에 긍정의 피드백을 받은 적이 없다. 아, 30대 초반 직업군인에서 전역하고 고려대 박사과정에 진학해서 대학원생 1년 차를 생활하며 짧은 인연이 되었던 그 아이 한 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사실 원래도 연애에 소질도 없고 자신감도 없는 편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긴다는 마음 자체가 불편해지고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항상 견뎌야 하거나 긴 시간 끝에 용기를 낸 결과는 일말의 고려와 배려 없는 거절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경제활동으로 생계를 사회에서 꾸려나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더욱 커졌다. 한때는 국적 불문하고 대학의 교수로서 세상에 기여하는 기술연구를 하고 그 내용들을 공학도 후배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이 꿈이 꿈으로서 매듭지어진 시점에는, 차라리 내 사업을 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모든 것이 여의치 않게 된 결과를 가졌다.

생각해 보면 그래도 나름 우수하지 않은 머리를 달고 꽤나 열심히 노력하며 성과도 내며 살았다. 20대 중반부터 부산에 내려와서인 3년 전(40대초입)까지는 거의 매일 3~4시간의 잠을 안 잤던 것 같다. 세상에 기여할 일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 일을 하기에는 아직 부족함이 있어 끊임없이 연구하고 학습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시기였다. 계약직으로 근근이 직장생활을 하는, 그래서 연구지원 등이 전혀 없던 시기였음에도 매년 최소 국제/국내 논문 1편 이상과 1~2년에 단행본 한 권이라는 집필 목표를 실행했다. 게다가 기회가 있음 내분야가 아니었음에도 학회 발표와 정부기관 자문 등도 지속했다. 지금은 지치다 지치다 모든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렸다.

나를 원치 않는 세상에, 그 모든 게 허튼짓이었다. 결론적으로는,

이러한 마음에서 일까? 사람에 대한 열정도 없다. 가끔 아주 가끔 무엇인가에 흥미가 생겼다가도 금세 식는다. 아니 애초 깊이 있는 마음을 안 주려한다. 이성에게도 그렇다. 어차피 나는 거절이 당연한 남자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게 되었고, 어쩌다 낸 용기로 '식사나 차 한잔하고 싶네요'란 도전은 내게 암시적 걸린 그 거절 가설을 공고히 입증해 주는 또 하나의 예시적 사례가 되어버린다. 최근에도.

요즘은 속물적인 것에만 끌린다. 그리고 단기적 쾌락이 행복에 유사함이라 믿게 된다. 그래서 나는 돈에 목메고 술과 단기적 즐거움을 영위하는 상업적 모든 것들이 좋다. 한주에 한두 번은 이로 인한 악몽과 불쾌함에 잠못이루기도 하지만서도 말이다.

한때는 행복에 대한 깊은 논의에 심취해 있었다. 그래서 자아실현과 인간관계, 사회적 소명의식, 이웃에 대한 돌봄, 연민, 가족, 나름 식자로서의 학술활동 등을 꽤 의미 있게 해 나갔다. 지금은 그 모든 게 참으로 레거시 하게만 느껴진다. 없어도 되었을 그런 레거시.

100쪽짜리 원고를 보는 중, 헛된 생각이 생각을 물며 또 음울해졌다. 남은 주말도 쾌락하자, 위스키!
2023.10.14, in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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