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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rC Oct 28. 2023

숙취일기, 2023.10.27, inBusan

어제 금요일 밤 혼자 부산서면에서 엄청난 양의 음주를 했다. 그래서인지 토요일 아침 아직도 온몸에 술기운이 도는 것 같다. 돈도 꽤 많이 썼다. 보니까 20만 원이 훌쩍 넘게 통장에서 빠져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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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는 #퍼지네이블 이라는 pub에서 놀았다. 나보다 좀 어린 남자바텐더랑 좀 친해져서 말동무하며 마시고 #아이리쉬카밤 등도 몇 잔 사줬다. 이 친구 어제는 두 차례나 불쇼를 보여줬다. 그 불쇼는 순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으나 pub에 있던 모든 이들이 즐겼다. 일단 여기서 대강 꽐라가 되었다. 바텐더들 술 사준 비용이 내가 마신 술값만큼 나온 듯하다. 그러나 즐거웠고 쾌락적 행복함이 더욱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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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는 #딤썸 파는 곳에 가서 속 해장차 마라탕과 딤썸 #칭따오맥주 주문을 해 먹고 마셨다. 이미 꽤나 취한 상태였다. 바로 옆테이블에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여자애들 두 명이 간단한 음식을 시켜놓고 #카스맥주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엿듣고자 하지 않았으나 본의 아니게 듣게 되었다. 삶에 대한 고민이었다. 공무원 준비, 학업 중단, 등.

요즘은 내가 몹시 슬퍼하는 지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 고민을 해도 행복하고 건설적이 것들만 해도 청년의 시간은 짧다. 그런데 사회에서 낙오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삶의 기저에 깔린 그러한 고민으로 가득한 청년들. 내 삶도 지금 겨우 낙오만 안 되는 정도, 외줄을 타는 어름사니의 모습 같지만, 적어도 나의 20~30대는 분노도 있었으나 모든 고민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들이었고, 그 고민들 곁에는 부모님과 가족, 정말 믿기 힘들 정도로 감사한 선생님들이 있었다. 한양대에서 두 분의 선생님들과 학부시절부터 인연이 되었던 고려대로 나를 이끌었던 두 분의 선생님들. 20대 초반부터 나는 이 선생님들 덕분에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받았고, 사회에 멋진 구성원이 되면서 내 스스로 행복해질 꿈을 꿀 수 있었다. 그때 참으로 나 스스로 청년다웠고, 청년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선생님들께 받았다.

내 옆에 있던 어린 친구들 이야기를 엿듣게 되면서 슬펐고 (이 사회에) 화도 났다. 그 친구들은 안주는 더 못 시키고 남은 술을 마시기 위해 자기들이 가지고 있던 작은 빵을 꺼내 먹으려 했다. 내가 잘 못 생각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돈이 없는 나이이기도 해 보였고 그래서 슬펐다. 술도 경제상황 생각해야 하는 청춘이라니,,,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주문대에서 직원을 불러 딤썸과 맥주, 안주 가능한 다른 음식들을 그 여학생들 테이블에 주문해 줬다. 한 7만 원 좀 안되게 나온 것 같다. 그리고 옆테이블 학생들에게 빵 먹지 말고 곧 음식이랑 술 좀 더 나올 거니까 그거 먹고 마시며 이야기하라고 했다. 이미 내가 계산해 주었고, 나도 20대 시절 모르는 어른들에게 이렇게 술과 음식을 힘내서 살라는 의미로 강원도 어디선가 받은 적이 있어, 그 받은 것에 대한 감사를 이렇게 하는 거라고 다소 꼰대스러운 말도 건넸다.


고마워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했다. 이름은 서로 안 묻고 몇 살이고 뭐하는지 정도만 말을 주고받았다. 21살이고 25살이라 했다. 둘 다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이고, 앞으로 삶이 고민되어 학업을 일단 중단하고 공무원준비를 하는 고민이 있었고, 마침 한 학생이 당일이 생일이라 만나서 이야기하며 고민도 터놓던 중이었다고 했다.

나는 그들에게 생일 축하한다고 했고, 내가 계산해 준 것은 생일 선물이라 생각하면 좋겠다고 했다. 살면서 이런 일도 있어야 사람 사는 세상 아니겠냐고도 했다. 고민 너무 많으면 청년으로 삶이 얼룩진채 너무 짧게 지나가니 너무 고민으로 힘들어하지 말라했고, 공무원이든 뭐든 잘되기를 바란다고 말을 건네고, 나를 지속 의식하며 다소 불편하게 술자리를 할까 생각되어 집으로 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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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이 밝았다. 청년들의 삶에도 이런 토요일 아침이 가득하길 소망한다. 청년이 지난 나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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