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리듬처럼 다시 찾아온 고독함을 대하며,
지난주 내년도 근로재계약을 마쳤다. 회사 사택지원도 종료된 터라 근로재계약 여부를 만 1개월 전에 미리 알려줬으면 좋겠다 의사전달했고, 근로재계약은 그냥 무난하게 마쳤다. 함께 진행한 연봉계약은 불이익을 안 받은 정도였다.
부산에서 1년을 더 지내야 하기로 결정했기에, 자취방을 다시 얻었다. 마침 집주인이 회사계약이 종료된 후 나 개인과 신규계약을 진행한다고 의사를 주어서 진행하기로 했고 계약금을 걸었다.
2024년 내년에는 부모님 두 분의 칠순이 되시는 해이다. 잘 버텨보자. 나를 위해서도, 칠순을 맞으시는 부모님을 위해서도. 참, 내년에는 업무를 조정받았다. 매주 한 번도 빠짐없이 경상도(부산, 울산, 남-북도 전체) 전 지역을 3~10곳 정도의 외근, 그리고 매주 20~30쪽 분량의 보고서를 3~10부씩 작성하는 일은 잠시 중단하고, 그 보고서들의 검토만 1년 52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이러한 업무 조정의 이유로, 외근/보고서 발급 건수에 대한 매주-매월 집계되는 실적압박 스트레스는 잠시 잊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매일 매분-매초를 허덕이며 자리에 앉아 보고서 검토만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이건 정규직 관리자인 부서장 주관평가(일명 '눈깔점수')만 적당하게 받으면 되는 것이니까... 내년에는 소란스럽지 않게 쥐 죽은 듯이 성격 죽이고 지내야겠다. 그럼 잘하면 2025년 다시 기업평가자로서 업무 재조정을 받고 그해말까지 지금 회사에서 노동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면 국민연금 의무가입기간 10년도 채우고(물론 직장경력이 지금 거의 17년 이상이 되어간다, 다만 군장교로서 생활은 국민연금에 해당이 안 되기 때문에 아직 그 의무가입기간이 적지 않다), 내 경제적 플랜도 어느 정도 빛을 보지 않을까 싶다.
참, 내년 추석까지는 사촌형이 부산 해운대에서 근무를 한다. 올 추석에 발령받아 왔으니, 거의 딱 1년 근무를 한다고 한다. 조금 더 있을 수 없냐고 물어보니, 이제는 주요 관리자급으로 왔고 (대부분 국민들이 우려를 표하는) 정부권력기관?이기에 자신들 직장의 관리자급들은 만 1년 이상 한 보직에 있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촌형이 나를 많이 챙긴다, 어릴 적에는 공부해야 하는 형이라 또 우리 차 씨 집안에 영감님이 될 장손-종손인지라 어울리지 못했는데 말이다(현재는 고인이 되신 나의 할아버지가 명절 등에 온 가족이 모이면 나를 대하셨던 당시의 기억에 의하면).
가족이나 마음을 터 놓을 오랜 정을 쌓은 지인 하나 없는 지금의 부산에 지내면서 사촌형이 챙겨주니 뭔가 의지간이 된다. 주말이면 형은 서울에 가족이 있어 올라가지만, 한 달에 1번 정도는 자신이 좀 힘들기도 하고 나랑 놀아준다고 집에 부산에 주말을 지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지난주에는 실제로 토요일 내내 부산투어를 하기도 했다. 조만간 형 꼬셔서 대마도나 갔다 올 생각이다.
곧, 연말이고 성탄절이다. 이제 부산에도 밖을 나가면 겨울이 와야 맡을 수 있는 그 특유의 겨울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난 겨울에 태어난 아이였다. 그래서 엄마가 어릴 적 서툰 통기타실력으로 "겨울에 태어난 아이"라는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들려주곤 했다. 아랫목에 앉아 없는 형편에 귤도 까주고 감자도 삶아주고 하면서 말이다.
이제는 마흔이 어느새 깊게 접어들기 시작한 나이가 되었다. 이렇게 1년, 2년, 더 지나면 마흔의 중반, 마흔의 후반 나이가 되어 있을 테지...
요즘은 아가인 쌍둥이 조카들을 보면, 나도 가정이 있다면 좋았겠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은 지인을 통해서이든, 유료 서비스회사이든 어떤 루트를 통해서라도 여성 소개를 받아보려 하고 있다. 다만, 나는 상대방에게 좋은 사람으로서 이미지는 건넬 수 있을지언정, 로맨스가 전재가 되는 연애상대로는 매력이 충분히 어필 안 되는 것 같다. 뭐, 내가 원래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내 30대 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연애를 기억하고, 지금의 이성을 대하는 내 모습을 생각하면 꽤나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내 본성을 컨트롤하고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행동과 말이 바로 앞서지 않고 한번 되새김하고 행동하면서 말을 한다는 것을 최근에서야 느꼈다. 이게 어쩌면 걸림돌일 수도,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밖에는 날씨가 참 좋다. 자취방은 고요하다. 내가 사는 자취방은 대부분 부산으로 전입온 직장인들이 살고 있는지, 주말이면 마치 예전에 여의도 근무할 대 주말의 여의도분위기가 느껴진다.
오늘은 왜인지 부모님 계시는 본가집에 올라갔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뭐 부산에 있어야겠지. 넷플릭스로 영화나 몇 편 보고, 버번위스키나 한잔 따라 마셔야겠다.
#부산 #40대남자 #자취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