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를 살아도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묵상노트] 시편 90:5 - 하루살이 꽃의 마음으로
유난히 짧게 느껴졌던 이번 겨울방학이 어느덧 마지막 밤을 맞이했습니다. 폭풍 같았던 시간들을 뒤로하고 가족들 모두 잠든 뒤, 고요해진 거실에 앉았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학교로 출근해 아이들과 마주할 설렘도 잠시, 마음 한구석엔 두려움이 불쑥 고개를 듭니다. 이번 학기부터 늘어난 수업들, 과연 내가 이 모든 임무를 잘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자신감이 바닥을 치는 밤입니다.
복잡한 마음을 달래려 오래전 적어둔 묵상 노트를 꺼내 보았습니다.
모세의 시, 시편 90편에 대한 묵상이었습니다.
"주께서 그들을 홍수처럼 쓸어가시나이다 그들은 잠깐 자는 것 같으며 아침에 돋는 풀 같으니이다. 풀은 아침에 꽃이 피어 자라다가 저녁에는 시들어 마르나이다."( 시편 90편 5~6절)
모세는 인생을 가리켜 '잠깐 자는 것' 같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홍수가 모든 것을 휩쓸고 지나가듯, 우리가 쌓아 올린 것들도 죽음이라는 거대한 물결 앞에서는 한순간에 휩쓸려갈 뿐이라는 사실이 새삼 마음을 울립니다. 치열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저도 모르게 내 주변, 내 상황에만 매몰되어 마치 이 분주함이 영원할 것처럼 아등바등 살아왔던 모습이 보였습니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소리들과 "내가 한 것도 아닌데 뭐" 이런 차가운 언어들이 만연한 시대라지만, 저만큼은 하나님 안에서 더 넓은 마음을 품고 나아가고 싶다는 갈망이 생깁니다.
문득 노트 귀퉁이에 적어둔 '하루살이 꽃'이 떠올랐습니다.
이 꽃은 이름처럼 참 정직하게 삽니다. 전 세계 70여 종이나 된다는 이 작은 꽃들은 오직 밝은 햇볕 아래서만 몸을 틔웁니다.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해 화려한 옷을 입지만, 그 전성기는 고작 하루, 길어야 이틀뿐입니다. 저녁이 되면 꽃잎은 미련 없이 시들고 씨앗을 맺지요. "겨우 하루 살려고 그 고생을 할까?" 라며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꽃은 그 짧은 생애 동안 놀라운 일을 해냅니다. 전통 의학에서는 이 꽃을 상처와 화상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쓴다고 해요. 단 하루를 살더라도 누군가를 치유하는 힘을 품고 살아가는 것이죠.
만약 나에게 오늘 하루만 주어진다면, 나는 어떻게 그 시간을 채울까요?
당장 내일의 수업과 맡겨진 일들이 거대한 산처럼 느껴지지만, 하루살이 꽃이 그 찰나의 순간에도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고 타인을 고치는 약이 되듯, 저도 하루하루 하나님께 꼭 붙어 있고 싶습니다. 인생은 아침에 피었다 저녁에 시드는 풀과 같아서 허무할지 모르지만, 그 허무함을 영원으로 바꾸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니까요.
나의 부족한 자신감과 내일의 떨림조차 하나님 안에서는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위로의 약재가 될 수 있음을 믿어봅니다. 예수님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천국'이라는 약속이 있기에, 오늘의 시듦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일 것입니다.
내일이라는 '단 하루'의 꽃을 피우기 위해, 저는 오늘도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의 하루, 그 하루에 '영원'을 담고 사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