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했던가. 무료無聊한 인생을 살아가는 건 그 나름대로 쉬운 일은 아니다. 어찌 보면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는 '유료有料 인생'을 선택하지 않은 자의 필연적인 결과라고나 할까.
자발적인 비혼은 아니지만 어찌어찌 40대 중반까지 미혼으로 지내고 있다. 반려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다는 사람도 없었고,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결혼 적령기에 노력하지도 않은 결과, 옛말마따나 노처녀가 되어 살고 있다.
인생에 행복을 주는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귀여운 조카가 있고 건강하신 부모님, 우애 좋은 형제가 있고 취미를 같이할 친척들도 있다. 풍전등화 같은 파리목숨이지만 월급 주는 직장도 있고, 많지는 않지만 고민을 나눌 친구들도 몇몇 있다. 이만하면 큰 걱정 없는 삶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매일 눈을 떠서 회사에 가는 것 외에는, 타국에 사는 독거 중년에게 삶의 활력소는 딱히 없다. 호강에 겨워 요강에 큰일 보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유료 버전' 이벤트인 결혼, 출산, 양육의 트랙을 타지 않은 나에게 혼자만의 조용한 삶을 꾸려가는 건, 남들이 볼 때는 사치일지 몰라도 가끔은 혼자 동굴 속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과 같은 고립감을 주기도 한다.
자신의 선택 여하에 따라 행복하거나 불행하다는 사람들도 다양하지만, 동시에 그저 '심심한' 미혼도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절대 불행하거나 행복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무료한 건 자명한 사실이다. 부지런하게 삶을 채워나가는 노력을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모두가 그런 부단한 노력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런 애매하고 무료한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인간이 결혼하고 자녀를 낳아 삶을 이어가는 건 유전자에 깊이 새겨진 종족 보존의 본능에 의한 것이라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단지 그 본능에 의해서만 대부분의 인간이 비슷한 삶의 트랙을 선택한 것은 아니리라 본다. 물론 가끔 삶이 커브 볼을 던질 때도 있지만, 다채로운 삶을 사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에 모두가 비슷한 선택을 하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글을 적다 보니 알 것도 같다. 본능적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높은 나는 피하고 있던 것이다.
인생의 모든 순간은 거대한 가챠 - 뽑기 게임과 같다. 인생이라는 그 거대한 도박판에서 제일 리스크가 높은 선택이 결혼과 출산이다. 나 자신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나는 내가 하는 선택에 대한 확신도 필연적으로 부족했을 터. 그것이 나를 내가 안전하다 느낄 이 '무료無聊한' 인생으로 안내한 듯하다.
이제 인생의 절반쯤 지나온 셈이다. 과연 2026년의 나는 어떤 선택을 할까. 무료한 인생에서 조금은 유료 과금하는 인생으로 바꾸어보려나. 그런 선택을 해봐도 나쁘지 않을 시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