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2023년 연말을 마무리하며 읽었던 독서 기록 첫 번째. 벌써 2024년 2월도 다 지나가고 있지만, 아쉬워서 게으른 기록을 남겨본다.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이후 바로 구매한 책이 <순도100퍼센트의 휴식>이었다. 파란색 표지에 휴식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두 책을 연달아 구매한 걸 보니, 지난해 내 일상에 필요했던 키워드는 ‘휴식’이었던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정말 잘 쉬는 걸까?”,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란 무엇일까?” 책 제목만 보고 이러한 궁금증이 들었다. 읽고 나서는, 박상영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휴식은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었다.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에는 그와 함께 여행을 떠났던 친구들의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여행 일기 같았던 이 책은 세 가지 챕터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현재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방황하며, 현실 도피성(?) 여행을 떠났던 20대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부에서는 작가로 데뷔 이후, 슬럼프를 겪다가 가파도로 워케이션을 떠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3부에서는 방송 촬영차 떠났던 여행기와, 그 여행 이후에 또 다른 여행기가 적혀 있었다.
여행을 떠났던 시기와 이유는 각각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그의 여행기에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박상영 작가와 함께 여행을 떠난 친구들은 저마다의 삶의 통증을 앓고 있었다. 물론 기쁜 일을 나누기 위해 떠난 여행도 있었지만, 여행의 이유가 무엇이든 그들은 여행 당시에 서로의 모습을 기억해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필요한 적절한 때에 다시 꺼내주었다. 이에 누군가는 위로를 받았고, 누군가는 힘들었던 일상을 잊고 깔깔대며 웃을 수 있었다.
"오랜 시간 나 자신조차 확신할 수 없었던 내 삶을, 궤적을 누군가 믿고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마웠다. " -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 중에서
그래서인지 이 문장이, 이 책 전체를 설명한다고고 느껴졌다. 길을 잃고 방황하던 시절도, 꿈을 이룬 기쁜 순간에도 그와 그의 친구들은 서로의 궤적을 계속 지켜봐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몸 하나 이끌고 살기도 어려운 인생에서, 친구라는 이름으로, 타인의 삶에 시선을 준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지속적인 에너지가 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 속에 박상영 작가와 그의 친구들은, 서로에게 시선을 두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듯 보였다.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아내고 있기에, 매일 연락을 주고받거나 만나진 않아도, 가슴 한 편에 늘 마음을 쓰고 있는 그런 시선 말이다.
덕분에 책을 읽으면서, 나를 지켜봐 준 친구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더불어 그만큼 나 역시 누군가의 삶을, 궤적을 따스히 바라보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었다.(정확하게는 반성하게 됐다.)
책 초반에 박상영 작가는, 노트북을 들고 여행을 떠날 정도로 잘 쉬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역으로 이 책을 읽고, 나는 그가 잘 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슬픈 마음으로 떠난 여행도, 기쁜 마음으로 떠난 여행도, 모두 기꺼이 함께해 줄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여행에 자극이 필요한 순간보다 나조차 내가 싫어질 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와 다른 모습을 기억해 주는 이들이 있을 거다. "맞아, 그때 나 그랬었지"라며 잊고 있었던 나만의 반짝임을 되찾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반짝임을 되돌려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