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분]을 읽고 나서
최근 SNS에 들어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소식 중 하나가 자영업과 관련된 흉흉한(?) 뉴스다. 엄마와 치열하게 장사를 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 자영업과 관련된 소식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종종 자영업자와 손님의 싸움이 치닫는 광경을 볼 수 있는데, 그때마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엄마와 나도 계속 장사를 했다면, 비슷한 상황 속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었을까?
지난해 가족 장사가 아닌 회사의 일로써 자영업을 경험하며, 요즘 시대의 장사는 '마음을 건네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도와 말로 건네는 친절함을 넘어, 공간 곳곳에 놓이는 물건 하나에도 진심을 담아야 한다. 비록 눈에 보이지 않을 노력일지라도 손님들은 반드시 알아보기 때문이다.
때로는 '매출'이라는 현실 앞에서, 손만 많이 가는 이 '마음이 담긴 일'이 정말 유의미한 것인지 고민이 되기도 했다. 그런 내게 <좋은 기분>은 내 고민에 위로와 영감을 제시해 주었다.
<좋은 기분>에 대한 나의 감상을 쓰기 전, 이 책이 탄생한 배경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흥미롭게도 이 책은 저자인 녹싸 사장님의 채용공고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즐거운 시절을 함께 만들어 갈 동료를 구합니다.'란 따스한 문구로 시작된 채용 공고에는, 사장님이 직접 제작한 접객 가이드가 포함되어 있었다. 이 접객 가이드는 일반적인 '손님 응대 매뉴얼'이 아니었다. 일에 대한 한 사람의 철학과,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펼쳐지는 브랜딩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때문에 녹싸 사장님의 접객 가이드는 큰 화제를 모았고, 기획자/마케터 등 콘텐츠 제작 직군의 사람들이 해당 책자를 얻기 위해 방문했다고 한다. 왜, 작은 아이스크림 가게의 브랜딩과 사장님의 철학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을까? <좋은 기분>의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를 대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의 접객은 당신의 일을 지칭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일하는 삶과 연결 지은 '접객'의 의미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회생활에서 만난 사람들을 손님처럼 대하는 삶이라니, 일보다 사람에게 지칠 때 되새기면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나를 갉아먹으면서 사람들을 대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좋은 기분>은 손님만큼이나 손님을 응대하는 사람의 삶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한다. '좋은 기분은 상호작용이며, 접객하는 사람은 이 상호작용을 위해 스스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라고 이 조언한다.
녹싸 사장님은 접객 일을 통해 일과 삶, 양쪽 기분의 온도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며 삶의 값진 태도를 얻었다고 한다. 이러한 이야기를 읽으며 책 곳곳에 '참 좋은 마인드다.'라고 메모를 했다.
한 사무실에서 매일 같은 사람과 부대끼며 하는 일도, 소통이 쉽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데 서비스업은 매일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을 상대해야 한다. 때문에 어떠한 사람이 와도 좋은 기분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하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람을 대하는 녹싸 사장님의 철학이 돋보이는 문장도 많았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다음과 같다.
어쩌면 손님들은 우리가 기다리던 것보다 더 긴 시간동안 이 방문을 계획했을지도 모릅니다.
- <좋은 기분> p73 중에서
다른 매력적인 스케줄을 뒤로하고, 굳이 우리 매장에 방문해 주는 마음. 이를 헤아릴 수 있는 건 MBTI가 T냐 F냐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 '손님을 기다려본 자'만이 알 수 있는 마음이다.
지난해 한 인터넷 신문의 객원기자 활동을 하며, 공간을 운영하는 분들의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그분들은 자신의 일에 대해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라고 전했다. 언제 올지 모를 사람(=손님)들을 기약 없이 기다리며,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외부 업무를 수행한다고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비슷한 과정에서 언젠가 찾아와 줄 손님들에게 '좋은 기분'을 전달하기 위해 자신만의 접객 철학을 정리하고, 사회의 작은 선순환을 꿈꿀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책을 읽으면서, 일과 관련된 위기 상황에서 나는 내 생각과 태도를 정비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더불어 어떠한 사람의 전체를 겪어보지 않고, 함부로 판단했던 지난 날에 대해 반성하게 됐다.
마음은 받는 것보다, 보낼 때 더 행복한 거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처럼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의 기분과 일상을 깊이 있게 배려하며 건넨 접객은 반드시 돌아온다. 찰나의 순간 돈과 물건 만이 오간 것이 아니기에, 손님들은 받은 마음을 되돌려 주기 위해 다시 온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은 노력일지라도, 진심을 다할 가치가 있다.
내가 생각한 위 메시지 외에도, <좋은 기분>은 왜 작은 브랜드에 기획과 콘텐츠가 필요한지 등을 자분자분 전한다. 읽다 보면, 꼭 자영업자가 아니어도 " 오늘 나는 어떠한 기분으로 일을 마주해야 할까", "내 일상에 손님과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를 깊이 있게 고민해 보게 만든다.
불경기과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은 작은 브랜드의 철학과 운영 방식이 궁금하다면 <좋은 기분>을 강추한다. 꼭 자영업자가 아니더라도, 일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내 일과 삶의 태도에 대해 정비해 볼 수 있으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