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를 읽고
나는 좋아하는 것도 많고 취미도 많다. 그중 가장 좋아하는 게 문구류와 책이다. 쫌쫌따리로 사다 보니 그 돈을 모았으면 경차라도 한 대 뽑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ㅎㅎㅎ)
절대 개인의 영역 같았던 내 취향과 취미가 일로 연결되는 신기한 일이 발생했다. 복합문화공간의 편집숍 담당자로 일하기도 했고, 현재는 출판사에 마케터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그동안 거쳐 온 다양한 일들이, 내가 힘껏 좋아하는 것들과 연결되었다. 그때마다 ‘이게 일이 되네?!’란 생각과 함께 세상에 정말 버릴 경험이 없구나 싶었다.
그래서 누군가 “서른이 넘어서 겪었던 ‘3년간의 경력단절’의 시기를 어찌 극복했나요?”라고 묻는다면, 이제는 다르게 대답할 수 있다. 그전에는 독립출판과 블로그 운영, 엄마와 코인 노래방 운영 등을 이유로 말했었다. 지금은 돌이켜보니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도 좋아하는 것들을 놓지 않았기에, 커리어에 치명타였던 경력 단절을 돌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에 더 끌리게 됐다. 좋아하는 마음은 단순한 행복을 넘어 삶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는 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말처럼 좋아하는 마음이 이끄는 삶은, 낡지도 바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책을 읽는 동안 밑줄을 얼마나 그었는지 모른다. (요즘 필사도 하고 있는데, 인덱스를 붙이지 않은 페이지에도 밑줄이 많아서 필사가 꽤 오래 걸렸다. ㅎㅎ)
이 책은 창원에서 작은 책방을 운영하는 장참미 작가의 ‘클라이밍’ 도전기가 담겨 있다. 장참미 작가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에 동생의 추천으로 클라이밍을 시작하게 됐다. “고통에 내성이 있는 사람이라야 잘할 수 있다”란 동생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며, 평소의 작가 자신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클라이밍’이란 세계에 문을 열게 된다. 그리고 책 프롤로그에 아래와 같이 이야기했다.
클라이밍은 내가 잘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사랑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대상이다. 아직까지도 ‘잘하는 사람’이 되지 못했지만, 부끄러움 없이 그냥 ‘하는 사람’이 된 나를, 그런 나를 만나게 해 준 클라이밍을 여전히 사랑한다.”
나는 이 말이 무척 낭만적이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라도 잘 못하게 됐을 때 느끼는 좌절감이 상당하다. 그런데 장참미 작가는 클라이밍을 통해 ‘잘 못하는 나’를 정면으로 마주한 채 나아갔다. 그 속에는 지난날 회피해왔던 스스로의 문제점과 앞으로 살아야 할 삶에 대한 성찰이 닮겨 있었다. 책을 읽는 내내 ‘클라이밍 하면서 삶에 대해 이렇게까지 생각할 수 있다고?”라며 감탄할 정도였다.
무엇보다 타인과 스스로를 비교하는 일을 멈추게 해줬다는 점에서 ‘클라이밍’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클라이밍을 잘하는 사람들 틈에서 ‘자꾸 생각이 많고’, 문제가 안 풀릴 때마다 ‘역시 나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쉽게 포기하는 마음’을 고쳐먹게 된 작가의 이야기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어떤 일을 나보다 월등히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부러움과 위축되는 마음이 동시에 든다. 일과 일상을 ‘그 잘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나는 한참 못나고 부족하게만 보이는 탓이다. 어떠한 일이든 잘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타인의 결과만 보고 성장의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그럼 책 속의 문장처럼 ‘나조차 나를 기다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한다. 그러다 습관처럼 중도 포기하는 일들이 점점 쌓여간다.
그러한 상황들이 쌓이면 몸과 마음에 데미지가 쌓이게 된다. 장참미 작가는 이를 ‘클라이밍’을 통해 털어냈다. 책을 읽으면서 <좋아하는 마음엔 실패가 없지>란 제목이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운동하는 사람이 왜 자존감이 높은지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운동하는 사람은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고 있기에 결국엔 성장하게 된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에, 삶을 계속 선명하게 이끌어 간다.
이 책을 다 읽은 뒤에는 나에게도 장참미 작가의 클라이밍과 같은 존재가 있는지 고민해 보았다. 문구와 독서처럼 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않았지만, 정신적 성장에 도움이 준 일이 있었다. 바로 ‘뜨개’다.
올 상반기에 ‘가방 뜨기’에 도전했다. 그런데 다 잘해 놓고 마무리를 망쳤다.‘이쯤 되면 되겠지?’란 안일한 마음과 결과에 대해 조급한 마음이 겹쳐져, 수정할 수도 없이 모양이 흐트러졌다. 가방이 엉망으로 완성된 날, 처음으로 내 마음에 문제를 돌아보게 됐다.
그래도 도전하고 끝까지 해보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다음번에는 제대로 다시 만들어 볼 생각이다.
이처럼 이 책은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되짚어 준다. 좋아하는 마음속에 진정한 내가 있다. 기대와 달리 조금은 부족한 내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애쓰며 나아가는 ‘대견한 나’를 만날 수 있다. 책 띠지에 적힌 ‘타고난 재능도, 죽도록 열심히 할 자신도 없지만 좋아하는 마음 힘으로 일단 한번 가 보겠다는 우리들을 향해 외치는 나이스!‘라는 문구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