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진 않지만 프리티 해요

섹시함에 대하여

by 류지

한국 방송을 보면 여성에 대한 미의 기준이 이전과 많이 달라진 걸 느낀다. 예전에는 '참하고 고운'여성이 남성들의 이상형이었다면 지금은 섹시한 여성들이 더 인기가 있다. '섹시하다'는 표현은 최근 20년 동안 긍정적인 표현으로 대중화된 외래어다. 이전엔 섹시하다는 말 대신 '야하다'라고 표현하며 부정적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었고 섹시하다는 말도 칭찬으로 쓰이지는 않았었다.


'예쁘다'라는 형용사는 섹시하다는 의미가 아주 옅어서 섹시한 여성을 보면 억양을 넣어서 '이~쁘다'라고 하지 예쁘다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말과 다르게 영어의 '프리티'는 섹시미를 포함한다. 킴 카다시안을 보며 미국 사람들은 입을 모아 프리티 하다고 하지만 한국사람들은 예쁘다고는 안 할 것이다. '뷰티풀'도 마찬가지로 섹시미를 포함하지만 '아름답다'는 좀 더 모호하고 광범위한 표현이다.


이런 언어와 문화차이는 태도와 취향에 뚜렷하게 반영되었다. 한국에서 미인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여성들이 해외에 나가면 프리티 하고 뷰티풀 하다고 각광받았던 것이 그 하나다. 지금은 한국의 미의 기준이 다양해졌지만 이전에는 깡마르고 하얗고 얼굴 작고 눈 큰 여성들이 인기가 있었는데 해외에서는 한국에서만큼 시선을 끌지 못한다 (내 미국친구는 그런 한국여성들을 '해골'이라고 불렀다.) 오히려 무쌍 눈에 낮은 코가 더 인기 있고 얼굴 크기는 아얘 관심 밖이다. 동양인의 넓적한 얼굴을 '둥글다'라고 표현하지 얼굴이 크다 작다를 언급하는 걸 들어본 적이 없다.


요즘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큐트' 즉, 귀엽다는 말로 이성에 대한 이끌림을 표현한다. 섹시한 여성도 귀엽고 눈이 작고 볼이 통통한 베이글녀도 귀엽고 근육남, 꽃미남도 다 귀엽다고 한다. 호감 가는 사람을 묘사할 때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쓰는 표현이, 이성의 매력을 표현하는 형용사 중 유일하게 영어와 한국어 모두 같은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모두 다양하게 보고 느끼고 호감을 갖고 귀엽다고 하고, 좋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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