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서 지적질?

솔직함인가 노골적인 건가

by 류지

미국에 오래 살다가 몇 년 만에 한국에 갔을 때 이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한국인들만의 대화 특징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솔직함' 선언이다. "난 솔직해서 거짓말을 못해"라고 말을 하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다. 예를 들면,

"00님은 너무 낭비가 심한 것 같아. 내가 좀 솔직해."

"솔직히 말하는데, 00님은 취직부터 해야 하지 않아?"

"솔직히 00님 살 좀 빼야겠네."

"그거 너무한 거 아냐? 내가 빈말을 못해."

내겐 자신이 솔직하다고 말하는 게 노골적으로 상대를 평가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였고 솔직함으로 순수하게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솔직함이란 이름으로 지적질을 하는 거다.


자신이 솔직하다, 정직하다, 거짓말 못한다라고 하는 말은 미국이나 일본에서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일본엔 친구가 없으니 못 들어본 게 당연하고 미국 친구들이나 동료들은 자신과 상대에 대해 판단하는 말을 잘 안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가 본인이 솔직하다고 말해도 그걸 바로 믿는 것 같지도 않다. 굳이 말할 필요가 는데 말하는 게 더 어색하다고 느끼는 거다.


미국인 친구들에게 "한국 갔더니 우리 가족들이 나 살쪘다고 다이어트하래", "내 친구가 나 너무 늙었다고 보톡스 맞으래" 이런 말을 하면 정말 깜짝 놀라며, "리얼리?"라고 되묻는다.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단다. 어떤 친구는 내가 뭔가 크게 잘못해서 그러는 거 아니냐고까지 물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서도 지적질을 금하는 분위기에서 나오는 반응이다.


한국인의 지적질은 너무 일상적이라 전엔 익숙했지만 이젠 나도 불편하다. 지적질하는 사람을 더 이상 만나지 않게 되었고 날카로운 지적질에 특화된 친언니는 안 본 지 수년이 흘렀다. 어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한 후로는 예의 없는 사람들은 누구든 말없이 멀리하게 된다. 굳이 '네 지적질이 불편해'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그냥 안보는 게 상책이다.


그래서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없으면 혹시 나도 모르게 불편하게 한 게 있나 생각해 본다. 내가 원인인 경우는 슬프게도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그 친구를 더는 볼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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