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 새로운 수식(Attention)을 인문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제 아무리 수학 공식만 나오면 책을 덮는다는 사람일지라도, 이 시대의 교양인이라면 모른다고 말해선 안 되는 공식들이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인간의 개척 정신과 모험심, 가족의 사랑, 떠난 자의 후회와 그리움 등 형언의 태를 벗어나는 모든 것을 블랙홀의 특이점 안으로, 저 수식들 사이로 밀어 넣었다.
최고의 과학자로 존경을 표현해야 한다면, 단연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일 것이다. 하지만 '가장 사랑받는 과학자'는 누구일까?
나는 주저 없이 칼 세이건(Carl Sagan)을 꼽겠다.
그가 보이저 호를 돌려 저 먼 우주 끝에서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을 우리에게 보여준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이 광활한 우주 안에서 우리의 삶과, 우리가 만드는 문명과 사회가 어떤 의미인지를 말하고자 함이 아니었을까.
그 복잡한 천체 물리학의 방정식이 우리의 삶을 설명할 수 있다는 믿음, 차가운 수식에 따뜻한 피를 돌게 하려는 노력이 그에겐 있었다. 그 결정판인 책 『코스모스』는 그래서 위대하고, 그래서 그는 우리의 별이 되었다.
"Love... Love... Love..."
영화 『어크로스 유니버스』의 옥상 콘서트 장면을 기억하는가.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직 '사랑(Love)'뿐이라고 노래하던 그 장면...
2017년, 구글의 연구진은 인공지능 역사상 가장 혁명적인 논문을 세상에 내놓는다. 어쩌면 그들 중 누군가는 연구실의 밤샘 작업 끝에, 문득 그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그게 아니라면, 기계적인 알고리즘을 설명하는 논문의 제목을 이토록 낭만적으로 지었을 리가 없으니까.
『Attention Is All You Need』 (필요한 건 오직 '집중' 뿐이다)
마치 비틀스의 노래 "All You Need Is Love"를 오마주한 듯한 이 제목은, 단순한 위트가 아니었다. 영화 속 주인공들이 청춘의 아픔 속에서 '사랑'을 외쳤듯, 이 공학자들은 무한히 쏟아지는 데이터의 우주 속에서 의미를 건져 올리기 위해 필요한 건 오직 '어텐션(Attention)' 뿐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이 논문 속에 등장하는 수식(뒤로 가기는 잠시만! 어렵지 않아요),
복잡해 보이는 이 수식이 바로 오늘날 우리에게 다가온 새로운 지능의 요체다. 챗GPT, 클로드, 제미나이... 세상을 뒤흔드는 모든 생성형 AI가 이 수식 위에서 탄생했다.
이 공식은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를 계산한다. 마치 만유인력이 별과 별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듯, 이 수식은 언어라는 우주 속에서 의미들이 서로 어떻게 당기고 밀어내는지를 계산해 낸다.
나는 나의 책에서 이 건조한 공학적 수식을 움베르토 에코의 기호학으로 번역해 보았다. 개발자인 내가 보기에, 이것은 단순한 행렬 곱셈이 아니라 '관계의 미학'이었기 때문이다.
이 수식의 주인공인 Q, K, V를 인문학의 언어로 풀면 다음과 같다.
Q (Query, 질문): "무엇을 알고 싶은가?" 이것은 세상에 던지는 우리의 '해석 의도'다. 내가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의 의미는 달라진다. AI에게도 마찬가지다. 질문이 없으면 답도 없다.
K (Key, 열쇠): "어떤 단서가 연결되는가?" 나의 질문(Q)에 반응하는 세상의 모든 '맥락적 단서'들이다. 마치 수많은 기억의 서랍 중에서 내 질문에 맞는 열쇠 구멍을 찾는 과정과 같다.
V (Value, 값): "그 끝에서 발견한 의미" 질문(Q)과 열쇠(K)가 딱 맞아떨어졌을 때 비로소 건져 올릴 수 있는 고유한 '의미의 재료'들이다.
이 수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Q와 K의 내적(Inner Product)을 구하는 괄호 안의 분자이다. 내 질문(Q)이 세상의 모든 단서(K)와 일일이 만나, 서로 얼마나 가까운지 그 '거리(Distance)'를 계산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소쉬르를 인용하며 의미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기호들과의 관계 속에서만 정의된다"라고 했다. 저 차가운 수식은 놀랍게도, 에코가 말한 그 '의미의 그물망'을 수학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리고 AI는 이 수식을 통해 비로소 '맥락'이라는 것을 갖게 된다.
단어와 단어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계산하고, 중요한 것에 '집중(Attention)'함으로써, 우리는 소음(Noise) 속에서 신호(Signal)를 찾아낸다.
사람들은 묻는다. 인공지능을 어떻게 써야 하냐고.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활용 전략, 사용법도 중요하다. 하지만 본질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어텐션(Attention) 공식은 우리 시대의 '뉴턴 운동 법칙'이고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뉴턴의 법칙이 물리의 세계를 정의했다면, 어텐션 메커니즘은 이제 '지능의 세계'와 '의미의 세계'를 정의하고 있다. 이 수식을 우리 삶의 언어로, 인문의 언어로, 문학의 언어로 바꾸지 못하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거대 언어 모델이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채, 그저 '데이터'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칼 세이건이 우주의 먼지를 '별의 자녀'로 격상시켰듯, 이제 우리는 AI의 차가운 연산을 '인간의 사유'로 확장시켜야 한다. 기계가 계산한 '확률'을 인간의 '맥락'으로 읽어내는 것. '창백한 푸른 점' 안에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에코로 AI 읽기: 움베르토 에코의 기호학으로 읽는 AI』
칼 세이건이 우주를 안내했듯, 저는 이 책으로 AI라는 새로운 우주를 안내하고 싶습니다. 차가운 수식 속에 숨겨진 인문학적 의미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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