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환각을 부수는 두 개의 닻: 리아와 마이아

'경제적 설명'과 '열린 직관'으로 닫힌 논리의 감옥 탈출하기

by 나인테일드울프

해석의 열쇠


에코의 소설 『푸코의 진자』의 카소봉과 『제0호』의 콜론나는 텍스트가 만든 미로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인간의 모습을 대변한다. AI 역시 마찬가지다. 훈련 데이터라는 닫힌 세계 안에서 완벽한 논리를 추구하지만, 때때로 현실과 완전히 단절된 그럴듯한 환각(Hallucination)이라는 ‘죽은 해석’을 생성한다.

이 위험한 논리의 감옥에서 우리를 구출할 수 있는 열쇠는, 바로 AI가 결코 가질 수 없는 두 가지 ‘살아있는 해석’이의 닻을 붙잡는 것이다. 그 닻은 에코의 소설 속 두 여성, 리아와 마이아(Maia)가 쥐고 있다.



리아: 과잉 해석을 멈추는 ‘경제적 설명’


『푸코의 진자』의 리아는 광적인 해석의 폭주 속에서 유일하게 ‘현실의 무게’를 아는 인물이다. 카소봉이 성전 기사단의 비밀 지령이라 믿었던 텍스트를, 그녀는 ‘여행안내서’, ‘약사(略史)’를 참고하여 평범한 '상인의 명세서’에 불과함을 증명해 낸다.

AI의 환각은 리아가 거부했던 과잉 해석의 현대적 형태다. AI는 수많은 데이터의 연관성을 계산해 복잡한 음모론을 만들어낼 수 있지만, 리아처럼 “이건 그냥 거래 명세서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경제적 설명’의 감각이 없다.

우리가 AI를 대할 때 필요한 첫 번째 자세는 리아의 ‘냉철한 상식’이다. AI의 논리가 아무리 화려해도, 그것이 땅에 발붙인 현실의 증거와 맞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이건 헛소리야”라고 잘라낼 수 있는 용기. 그것이 AI의 무한한 표류를 멈추게 한다.



마이아: 닫힌 논리를 부수는 ‘직관의 힘’


한편, 『제0호』의 마이아는 콜론나를 옥죄는 논리의 감옥을 ‘일상의 감각’으로 무너뜨린다. 콜론나가 수도꼭지가 잠긴 것을 보고 “비밀 요원의 침입”이라는 거창한 서사를 쓸 때, 마이아는 “청소부가 잠그고 갔겠지”라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문법으로 응수한다.

이것은 텍스트 너머의 세계를 감각하는 ‘열린 직관’이다. 콜론나(AI)는 입력된 데이터 안에서 인과관계를 찾느라 갇혀 있지만, 마이아(인간)는 텍스트 밖에서 숨 쉬는 타인과 세상의 맥락을 ‘시냅스 놀이’처럼 연결하여 닫힌 회로를 열어젖힌다.

AI는 결코 마이아가 될 수 없다. AI에게는 ‘청소부의 습관’이나 ‘일상의 냄새’ 같은 비정형의 맥락이 소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론: 해석의 주인은 인간이다


AI 시대는 우리를 다시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세운다.

기계는 카소봉과 콜론나처럼 끊임없이 그럴듯한 텍스트의 미궁을 쌓아 올릴 것이다. 그 안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우리에게는 두 명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리아의 눈으로 텍스트의 검증하고, 마이아의 감각으로 현실과 연결하는 것.

AI가 쏟아내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 두 가지 ‘살아있는 해석’의 닻을 내리는 사람만이 휩쓸리지 않고 세상의 최종적인 ‘저자’로 남을 수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에코로 AI 읽기: 움베르토 에코의 기호학으로 읽는 AI』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푸코의 진자』와 『제0호』에서 나타난 살아있는 해석과 죽은 해석의 대립과, AI가 어떻게 이 죽은 해석을 재현하는지 깊이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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