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씨 속 작은 숟가락

자연을 만나며 아이들의 마음이 우주처럼 커간다.

by 해온 정옥랑

손녀와 함께 감을 먹고 감씨를 뱉고 있는데 할머니는 조금 전에 뭘 한 거냐고 물어본다. "감을 먹다 감씨를 뱉은 거야. 감씨는 어떻게 생겼나 볼까? "하며 보여주니 예쁘다고 한다. 감씨 껍질을 이로 깨니 삐작 소리가 나고 한쪽에 하얗고 예쁜 숟가락이 들어있다. 손녀의 큰 눈이 더 동그랗게 커지고 감씨 속에 숟가락모양이 너무 신기 하다며 눈을 반짝거린다.

숟가락이 있는 감씨들을 소중히 키친타월에 펼쳐 놓으니 귀엽고 재미있다. 아이가 그것을 보더니 밤에 그림일기를 쓰고 싶어 진다고 한다. 이 얘기가 마음속으로 들어갔을까?


"이 숟가락이 감나무가 되는 거야. 싹이 나서 가지를 뻗고 뿌리를 깊이 내리며 나무로 자라지. 그곳에 꽃이 피고 꽃이 떨어지면 작은 열매가 달리고 점점 커져서 맛있는 감이 되는 거란다"

어릴 때 살던 시골의 이웃집에 아주 커다란 감나무가 있었다. 봄이 되면 연노랑 꽃이 피고 그 꽃이 우리집 마당으로 떨어지면 목걸이로 만들어 하나씩 빼먹었다. 꽃이 진 자리에 작은 감이 열리고 점점 커져갈 때 가을을 기다리며 내 마음도 커져갔다.

미리 떨어지는 청색감은 항아리에 담아 침시로 만들어 먹었다. 간식거리가 별로 없던 터라 떫은 맛이 있었지만 그것도 좋았다. 드디어 감에 주황색이 입혀지고 탐스럽게 익어갈 때 꼭 하는 일이 있었다. 그건 누구보다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다.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가보면 감들이 한 두개 기다리고 있었다. 그 시절의 기다림과 설레임이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감사로 남아 내 삶을 풍요롭게 한다.

늦은 가을이면 친구 어머님이 하는 농원에서 단감을 주문한다. 나도 먹고 그동안 감사했던 분들께 선물로 드리기도 한다. ‘감 사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말이 비슷한데 말할때와 들을 때 모두 기분이 좋다.

단감, 연시, 대봉 등 감의 특성이 다양하다. 대봉은 기다렸다 물렁할 때 하나씩 꺼내 먹는다. 한 입만 베어 물어도 단맛이 혀끝으로 들어와 목구멍으로 넘어가면 기가 막히게 맛있다. 감 말랭이와 곶감은 더욱 달콤하고 질감도 무척 다르다. 그리고 감 잎 차는 비타민C가 풍부해 비타민의 보고라고 불린다. 그리고 혈관건강및 고혈입 예방에도 탁월하고 항산화 효과도 있다고 하니 감은 참 고마운 존재이다.


손녀는 자기 외갓집에 가면 텃밭에서 옥수수를 따고 감자도 캐며 자연의 생명을 만난다. 그런 경험이 정서적인 풍요로움을 주는 것 같다. 아이들이 자줏빛 고구마 꽃을 보고 하얀 감자 꽃과 오이 꽃을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 완두콩의 줄기가 작은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는 것과 무 꽃과 배추꽃도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하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은 어떤 모습으로 자랄 수 있을지 참 궁금하다.


한 알의 모래에서도 우주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자연의 신비함과 소중함을 느끼며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우주처럼 커져 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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