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이별의 아쉬움이 줄어드는 이유

by 빈센조


나이가 들수록 경험은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러나 그 경험들이 언제나 기쁘고 즐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슬픔, 기쁨, 분노 같은 기본적인 감정부터 아쉬움과 애틋함처럼 더 복합적인 감정들까지 경험한다.

이렇게 쌓인 감정들은 마치 종이컵과 같다. 처음에는 맑고 깨끗하지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점점 닳고 결국 제 기능을 잃게 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점점 무뎌지고, 때로는 쉽게 넘겨버리게 된다.

그중에서도 내가 가장 크게 느낀 변화는 ‘아쉬움’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별이 늘 마음을 흔들었고, 누군가와의 관계가 끝날 때마다 쉽게 슬픔과 미련이 남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만남과 이별은 일상이 되었고, 더 이상 이별이 예전만큼 아쉽지 않게 느껴진다.

어쩌면 ‘이별의 아쉬움’이란 아직 세상과 사람에 서툰 젊은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감정 즉 젊음의 특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글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이별에 아쉬움이 줄어드는 이유에 대해 살펴보고 그 변화가 인간의 성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탐구하고자 한다.

나이가 들수록 ‘이별의 아쉬움’이 줄어드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로, 경험의 축적이 감정의 강도를 완화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반복되는 상황에 점차 익숙해지는 존재이다.

처음 겪는 이별은 낯설고 두렵지만 시간이 지나며 비슷한 경험을 여러 번 반복하게 되면 감정의 충격은 자연스레 줄어든다.

이별에 대한 감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그 감정을 다루는 방법과 내성이 생긴것이다.

즉, 감정의 깊이가 얕아진 것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스스로 조절할 줄 알게 된 것이다.

둘째로, 인간관계의 상대적 가치에 대한 인식변화도 큰 요인이다.

어린 시절에는 만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또 헤어지다 보면

‘모든 관계가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결과 한 사람과의 이별이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사건이 아니라 삶의 한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는다.

이는 정서적 냉담함이 아니라 관계가 유한한걸 알게된 성숭함이라 할 수 있다.

셋째로,삶의 중심이 자신에서 타인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에는 타인의 시선과 관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지만 성숙한 시기에는 스스로의 가치와 목표에 초점을 맞춘다.

그만큼 관계의 끝에서 오는 결핍감보다”나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하고 있는가”에 더 관심을 두게 된다.

이별의 아쉬움이 줄어드는 것은 타인에게 의존하던 감정의 중심이 점점 자기 자신으로 옮겨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결국, 나이가 들며 이별이 덜 아쉬워지는 것은 냉소나 무감각의 결과가 아니라 ‘성숙의 과정’인것같다 우리는 더 이상 관계의 끝에 매달리지 않고, 그로부터 배운 것을 마음에 남긴다.

이별은 사라짐이 아니라, 또 다른 만남을 위한 여백이 된다.

이별의 아쉬움이 줄어드는 것은 단순히 마음이 굳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다는 수많은 관계와 경험을 통해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고 삶의 무게 중심을 자신에게로 옮긴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상실의 감정을 견디는 힘을 얻고 그 힘이 아쉬움을 대신한다.

젊은 시절의 이별은 눈물과 함께 남지만 성숙한 시기의 이별은 이해와 수용으로 남는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가 들수록 감정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감정의 표현이 조용해지고 그 속에 담긴 의미가 깊어질 뿐이다.

아쉬움이 줄어드는 것은 냉정해진 것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변하는 것이다

결국 이별의 아쉬움이란 우리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마주했음을 증명하는 감정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그 아쉬움이 희미해질수록 그만큼 우리는 세상을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성숙하게 바라보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자기객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