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는 '기회'라는 문을 두드린다

내 삶의 두드림 05: 미리 걸어둔 작은 선택이 기회로 열림

by 낙천지명

정교사로 임용된 이듬해, 나는 교육대학원의 문을 두드렸다.

목표는 상담심리 전공이었다.

교직을 시작하며 나를 가장 괴롭혔던 질문은 명료했다.

“나는 과연 학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을까?”

지식을 전달하는 일과 한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일 사이의 간극이 너무나 컸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라 믿었다.


상담을 배우며 보게 된 ‘학교의 현실’

당시 학교 현장의 상담은 대부분 담임교사의 몫이었다.

전문상담교사 자격 제도는 존재했지만,

현장에서는 학생을 위한 도구라기보다 승진을 위한 자격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경력이 채 3년이 되지 않은 신임 교사였기에 교육대학원을 졸업해도 자격 취득이 안 되었다.

하지만 마음은 이미 그 길을 향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알고 선택했지만 조금은 아쉬웠다.

그래서

방학 동안 진행되는 ‘전문상담교사 양성과정’
수업과 실습을 포함해 1년이 걸리는 과정을 선택하게 되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언젠가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순간이 올지도 몰라.”

그래서 과정에 등록했고,
여름과 겨울을 오가며 강의와 실습을 빠짐없이 채워 나갔다.
그 선택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


예상하지 못한 사건, 그리고 열린 단 한 줄기 문

자격을 취득한 바로 그해, 전국을 뒤흔든 학교폭력 문제가 터졌고,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교육부는 전문상담교사 배치를 시작하고, 점차적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은 이상할 만큼 고요했다.

흥분이나 불안이 아닌, 확신에 찬 조용함이었다.

"지원 여부는 다음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이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순간,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어온 나의 신념이 떠올랐다.

“기회는 준비된 사람에게만 보이고,
준비된 사람만이 그것을 잡을 수 있다.”

편입을 준비하며 토플을 공부했던 시절도 그랬다.
결과는 늘 예측할 수 없지만,
준비가 없으면 도전 자체가 불가능했다.

상담교사 자격도 그랬다.
미래를 예측해서가 아니라,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위해 스스로 만들어둔 ‘준비된 한 걸음’이었다.


학생을 이해하려다, 나를 이해하는 길로 이어지다

상담심리를 배우기 시작한 것은 학생을 이해하기 위함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깨달았다.

진정으로 이해해야 했던 대상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상담은 타인을 비추는 거울인 동시에, 내 마음의 방향을 들여다보는 창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될 수 있는 것이 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평화를 얻는다."

아브라함 매슬로의 이 말은 내 교직 철학을 완성했다.

나는 학생에게 지식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의 가능성을 함께 발견하는 교사가 되고자 했다.


돌아보면, 모든 길은 ‘준비된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상담 자격 과정을 선택한 그 작은 발걸음이
지금의 나를 만든 길이 되었다.

돌아보면, 그것은 미래를 예측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저 한 명의 교사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를 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 마음이 나를 움직였고,
그 작은 움직임이 결국 문을 열었다.

준비된 한 걸음은

언제든 인생의 길이 될 수 있다.
그 길이 열리는 순간은
늘 예측 뒤가 아닌,
준비 뒤에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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