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두드림 04: 학생을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이 나를 이끎.
교육대학원에서의 상담심리 전공은 내 교직 인생의 첫 번째 전환점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교사에게 지식 전달 이상의 ‘이해의 기술’이 필요함을 체계적으로 배웠다.
(이해를 넘어선 ‘인정’이 필요함을 깨닫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지만...)
그중에서도 MBTI는 내게 특별한 도구였다.
MBTI는 학생의 에너지 흐름, 의사결정 방식, 심리적 반응까지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해주는 새로운 언어였다.
대학원 과정 후, 나는 주저 없이 MBTI 전문교육기관에 등록했다.
초급과 보수 과정을 거쳐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격을 취득했다.
MBTI가 지금처럼 대중화되기 훨씬 전이었다.
처음에는 담임 학급 학생들에게만 검사를 시행하고 짧게라도 개별 해석을 건넸다.
이듬해엔 학년 전체가 참여했고,
그다음부터는 1학년 전체가 매년 검사 대상이 되었다.
검사가 끝나면 짧게라도 개별 해석을 건넸다.
그때 한 학생이 건넨 말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선생님, 태어나서 처음으로 저를 이렇게 명쾌하게 설명해 주는 말을 들었어요.”
학교에는 이미 지능, 진로 등의 수많은 검사 결과지가 서랍 속에 잠들어 있었다.
결과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의미 없는 절차로 끝나는 현실을 바꾸고 싶었다.
‘내 업무가 아니어도, 학생에게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검사지 선정부터 해석 안내까지 전부 직접 담당했다.
그때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학생은 성적이 아니라, 성향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그들의 관심, 반복 패턴, 에너지의 흐름을 알아야 비로소 가야 할 방향이 보였다.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려 시작했던 길은 결국 나 자신의 성향과 본질을 들여다보는 길이 되었다.
내가 불편했던 상황, 특정 학생에게 끌렸던 이유, 반복되던 수업 패턴...
그 모든 것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학생을 평가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능성을 발견하는 사람으로 태도가 바뀌었다.
이 깨달음은 빅터 프랭클의 철학과 맞닿았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서 우리는 선택한다. 그 선택이 성장과 자유를 만든다.”
상담심리, 교육, 그리고 인생 전체에서 이 진리는 변함없이 적용되었다.
지금 돌아보면
그 모든 작은 시도—대학원의 공부, MBTI 교육, 검사 도입—
전부 하나로 이어져 있었다.
학생을 이해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 길은 나 자신을 이해하는 길이 되었고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든 힘이 되었다.
교육은 문제 풀이가 아니다.
교육은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다.
그리고 ‘자기를 이해하는 법’을 알려주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