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강

by quietlucid

"자켓 예쁘다! 알렉산더 맥퀸이야?"

내가 제대로 들었다면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이렇게 물었다.

"고마워, 그 브랜드는 아니야" 나는 이렇게만 대답했다.

차마 "알렉산더 맥퀸 아니고 바나나 리퍼블릭..."이라고 덧붙일 순 없었다.


이번 학기에도 내 수업을 들었고, 이번 기말 발표 때도 역시나 전투복(?)을 차려입고 온 이 학생이 땡큐 카드를 내민다. 저번처럼 스타벅스 기프트 카드가 들어있을까봐 받을 수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커피는 내가 사먹을 수 있어 ㅋㅋ) 아무래도 다른 교수가 이런 거 부적절하다고 말해줬나보다. 이번엔 기프트 카드 없이 그냥 땡큐카드란다.


집에 와서 카드를 읽고 알렉산더 맥퀸 자켓 가격이 얼마인지 검색했다. 제일 싼 게 2,680불... 가죽자켓은 8천불이 넘는다. 너 교수 연봉 얼만지 모르지? 당연히 모르겠지...


어쨌든 종강했다.


학기가 끝날 때쯤엔 이러다 죽을 것 같아서 gym에 등록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헉헉대면서 운동하는 내가

욕하면서 본 김부장이 된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들었다.


50분 트레드밀이 끝나자 코치가 옆 사람에게 good job이라고 말해주라고 해서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수줍게 good job 이라고 해줬다.


하지만 오늘 내가 뽑은 최고의 러너는 나!! good job 은 수줍게밖에 말 못하지만 내가 젤 잘 뛰었음 ㅋㅋㅋ

이런 이상한 패배감과 자신감의 조합으로 이번 학기도 견뎠나보다. 미국의 겨울방학은 아주 짧다. 이번 방학은 정말 고퀄리티로 쉬고 싶다. 논문 데드라인이 두 개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