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우리가 서로에게 기대었던 방식

함께의 모양은 달랐다

by 가린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도

헤어지자마자 나는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빠, 나 할 얘기 엄청 많아”

“응응 얼른 와”


그 말투면 충분했다.

오빠가 게임 중이라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면

오빠는 언제나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워 신나게 재잘거렸다.


글쎄, 은지가 있지—

윤지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랑 카톡을 했대!”

“헐, 진짜? 그래서?”


게임을 하면서도

오빠는 성의 있는 추임새를 놓치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열심히 추임새 해주는 그에게

괜한 심술이 나곤 했다.


“오빠!!! 게임만 할 거야?”

“은수야, 게임을 하면서도 너한테 이렇게 대답하는 건..

엄청난 사랑이야.”

“치.”

우리는 이런 밤을 아주 많이 보냈다.


퇴근 후 야식을 먹으며

영화를 보는 밤도 많았다.

나는 일 관련 카톡이 계속 와서

답장을 하고 있었고,

오빠는 그걸 못 참아했다.


“이 시간만큼은 같이 영화 보는데 집중하면 안 돼?”

“오빠 나 급해서 그래”

“휴대폰 잠깐 안 하면 안 돼?”

“아, 이것만 하고.”


오빠는 ‘함께 하는 것’을 참 좋아했다.

게임은 혼자 하면서도.


작은 일이어도 같이 하고 싶어 했다.

집 앞 슈퍼에 가는 것조차도.

나는 귀찮다고 혼자 가라고 해도

결국 오빠의 성화에 같이 가게 되었다.


그때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함께하고

서로에게 기대는 것이

사랑의 가장 깊은 형태라고 믿었다.


나는 그게 사랑이라고,

정말로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기대고 있었다.


오빠는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을 사랑했고,

나는 ‘마음을 나누는 순간’을 사랑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늘 어딘가 어긋나 있었다.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