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 속 품위 있는 그녀인 우아진(김희선 분)는 그녀의 품위를 명품들로 지키지 않는다. 화를 내야 할 때와 내지 말아야 할 때, 친절하고 따뜻하게 행동할 때와 단호하고 냉정하게 행동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것이 그녀에게는 품위의 수호이다.
어떤 사람이 내게 “모모 씨는 되게 우아하고 품위 있어요. 항상 머리도 풍성한 스타일로 우아하게 하고 다니고, 옷도 우아하게 입어요.”라고 다른 이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그 대화의 객체, 즉 칭찬에 대상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그 대상의 우아하고 품위 있는 행동의 예를 들어주었다면 그 대상을 잘 모르더라도 동료가 전하고자 하는 ‘품위’나 ‘우아’에 공감해 줄 수 있을 터였다.
근래에 직장에서 규칙과 서로의 동의 사항을 지키지 않고 막말을 하는 동료 때문에 며칠간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이 일에 연루된 또 다른 동료가 모두에게 매우 공정하면서도 친절한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나는 이 일 때문에 화가 많이 났던 터였다. 그래서 그에게 나 또한 공정함을 지키는 편지에 친절하게 답하는 답장을 쓰고 있었다. 그때 새로운 메일이 그 우아하지 않은 동료로부터 모두에게 전달됐다. 그것은 자기의 잘못에 대한 핑계와 더불어, 은근히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책임으로부터 뱀처럼 스르륵 빠져나가는 내용의 편지였다.
순간 너무 화가 났다. 다음에 만나면 뭐라고 한마디 해 줄까? 아니면 나도 은근한 책망이나 비난의 편지를 할까? 그러다 문득 ‘품위’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래, 품위를 지키자. 명품 옷을, 명품 스카프나 가방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화를 내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맞대응을 하는 것이 가치가 있는지 따져 보고 적절히 행동하는 그 ‘품위’. 이 순간은 참는 것이 ‘품위’라는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