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내돈 내산으로 읽는 재밌는 소설도 선생님이 읽어 오라고 하는 순간 읽기 싫어지는 마법”이라는 표현을 수업 시간에 장난스레 쓴다. 결국 하는 말은 선생님이 읽으라 하는 소설이지만 흥미로운 소설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어른들의 일에도 해당된다는 것을 오늘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자 11학년에서 가르치는 소설인 <멋진 신세계>에 대한 학생들의 에세이를 읽고 채점해야 했다. 꽤 열심인 학생들이라 두꺼운 에세이들을 써 왔다. 쌓여 있는 에세이들을 주말에 채점해야 한다니 더더욱 하기 싫어지고 한숨만 나온다. 그리고는 눈으로 레이저를 쏘아 가며 쳐다만 보았다.
결국에는 해야겠기에 한 페이지씩 넘기며 읽었다. 맨 처음에는 가장 잘 쓴 학생의 글을 읽는다. 그렇게 하면서 다음 학생들의 에세이를 그것과 비교해 보기도 하고, 수준들을 상대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그 첫 번째 에세이가 꽤 흥미로워서 즐겁게 읽었다. 그러다 생각했다.
<멋진 신세계>는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고, 나는 원래 글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고 보니 학생들이 쓴 에세이도 학생들이 저자인 글이다. 평소에 내가 좋아하는 책에 대한 유튜브 강연도 즐겨 보고, 평론도 즐겨 읽는다. 그렇다면, 내가 평소에 굳이 찾아가며 보고 읽는 내용의 글인데 저자만 학생일 뿐. 그런데 ’일’이라고 생각하니 하기 싫어지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다른 것도 그렇다. ‘일’이라고 생각하고 ‘공부’나 ‘과제’라고 생각하면 하기 싫어진다. 이제부터 ’일, 공부, 과제‘라는 이름표를 떼고 그것들을 대하면 어느 새 즐거운 것들이 되어 있을 것 같다. ‘일‘은 일도 아니게 만드는 마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