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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바다 May 31. 2024

7. 짤렸다

프리랜서의 삶은 이런 건가.

오늘로써 로컬푸드의 일은 마지막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더이상 계약 연장을 하지 않게 되었다. 어른들의 사정에 따라 계약과 일은 오늘까지 하기로 했다. 얼마 한 건 아니지만 시원섭섭하다.


영상이란 것이 회사가 어떤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도움이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다. 더욱이 예산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다른 곳에 집중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나는 약 2년 전에 이곳에다가 영상을 잘 찍어보겠다고 먼저 제안을 했지만, 기타 일 때문에 그것이 흐지부지 되었다. 그리고 2년 후인 지금, 영상을 한번 만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제의를 받았다.


난 그곳의 국장과 이야기가 잘 되어 내가 찍고 싶었던 영상을 마음껏 찍을 수 있겠거니 했지만, 솔직히 결과물이 그곳의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는 미지수였다. 나름 이해는 간다.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나는 계약이 사전 구두로 내용과 다를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 사람 일에 하나의 오차도 없이 예측한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계약이라는 그런 구속하기 위해 만들어졌겠지만, 나는 세상이 그렇게 된다면 조금은 끔찍할 것만 같다. 뜬금없이 고백하건데, 나는 약간의 거짓을 용인할 있는 사회가 좋다. 칸트 같이 철두철미한 사람이 듣는다면 기겁을 할 소리겠다.


하여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나름대로 로컬뿐만 아니라 농업 전반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다. 내가 영상을 찍겠다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 아직은 농업보다도 농업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본격적으로 농업이라는 것에 뛰어들기 전에 맛보기를 하고 싶기도 하고 하니 그 주변에서 머무른 것이다. 그렇다. 지금까지는 맛보기였다. 농업을 사업으로 보고 있으니, 쉽게 접근도 하기 힘들다. 사업은 밑천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나는 밑천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 곳곳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긴 하다. 가령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 사업 등 말이다. 자꾸 농업계 전반이 고령화가 되는 반면, 젊은 이들이 유입이 안 되니 이렇게라도 지원하는 것이 골자겠다. 하지만 아무 것 없이도 대출을 해준다는 것에 솔깃해 강단 있게 지를 만큼 난 배포가 크지 못하다.


그래도 (짤린 덕분에) 다행인 것은 이제부터는 내 맘대로 사진을 찍고 글에 업로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찍은 사진과 영상은 내 것이 아닌 관계로 글을 쓸 때도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 오죽하면 농가 촬영을 가서 나눈 이야기들도 최대한 걸러내려고 했겠는가. 하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오히려 좋다고 생각하려...고 하고 있다.


여튼 지금은 이후의 행방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해야 하나... 어찌되었든 이쪽 분야로 계속 갈 것 같다. 지금은 공부는 접었다. 공부는 내 길이 아닌 것만 같은 기분이다. 사람은 자기가 번뜩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그래도 마케팅이나 기록을 위해서라도 영상 만드는 것을 계속하고 싶다. 요즘 같은 시대엔 영상이 필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말 영상을 찍을 당시에는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하고, 전 영상에 대한 피드백도 하곤 했다. 아쉬운 건 지금은 그게 이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영상보단 다른 데에 집중할 때이다. 지금 내가 영상을 만드는 건 위에서 말한대로 내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 영상 말고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이나 찾아봐야겠다. 아마 마케팅 같은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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