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이 보내온 경고

겨울은 설비에게 가장 솔직한 계절이다

by 이재원

지난 수요일 아침도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출근 후 팀과 함께 체조를 하고, 이어서 TBM(Tool Box Meeting)을 진행했다.
지난주 다녀온 관리감독자 교육에서 반복해 강조되었던 고소작업의 위험성과 지게차 사각지대와 작업반경의 위험성 그리고 이동 중 휴대폰 사용의 위험성을 전달하며 또 하루의 시작을 "안전"을 다짐하며 리마인드 한다. TBM후 서류를 작성한 뒤 사무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CCTV 모니터 앞에 섰다.

우리 팀이 관리하는 설비와 현장이 실시간으로 비친다. 익숙한 화면, 익숙한 풍경.
그런데 질소발생장치실 외부를 비추는 화면에서 낯선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파이프랙과 배관 곳곳에 가지런히 매달린 반짝이는 고드름들.
빗물이 아니라, 동파로 만들어진 인공 고드름이었다.

언듯 보면 겨울왕국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만 우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위험이었다.


몇 년 전 겨울 건물 외부에 설치된 우수관으로 옥상 공조기 응축수가 조금씩 흘러들어 가고 있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며칠 사이, 강추위로 인해 옥상 측 우수관에 거대한 얼음 기둥이 만들어졌던 적이 있다.
이미 크게 얼어붙은 얼음을 철거하는 일은 쉽지 않았고 결국 스팀을 사용해 녹이는 과정에서 떨어진 얼음으로 아래에 있던 설비와 배관이 손상되는 2차 피해가 발생했었다.

고드름은 그 무게를 스스로 지탱하지 못하는 순간이 오든지, 봄기운에 조금씩 녹아 고드름을 지탱해 주던 중심부가 녹든지 언제든 떨어질 준비를 한다.
그래서 우수관 고드름은 항상 주의를 기울여 생기기 전에 예방해야 한다.


즉시 담당자와 상황을 공유하고 무리하게 고드름 제거 작업을 시도하지 말고, 원인이 되는 상수 라인을 관련 팀과 함께 차단하자고 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구간이라도, 접근 통제와 격리가 되지 않으면 언제든 직접적인 상해로 이어질 수 있고, 떨어진 파편으로 2차 낙상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했다. 안전띠로 접근 통제 구역을 설정하고, 바닥에는 염화칼슘을 뿌려두었다.

눈에 띄는 조치는 아니지만, 이런 작은 선행 조치가 사고를 막는다.


겨울철 외부에 노출된 상수 라인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외부의 세안 장치나 비상 설비와 연결된 경우가 많아 쉽게 차단할 수 없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열선과 단열재의 상태가 중요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열선 작동 상태를 다시 점검하고, 보온이 취약한 구간은 없는지 하나씩 확인하게 되었다.


겨울은 외부에 설치된 설비에게 가혹한 계절이다.
동파는 단순한 수리비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생산 지연, 배관 파손, 주변 설비 손상, 대량 누수로 인한 전기적 위험, 환경오염까지, 어떤 형태로든 확산되는 위험이 있다.
상온에서 동결되는 용매 배관이 얼어붙어, 아침부터 생산이 멈췄던 날들도 떠올랐다.

“계절이 바뀌면 설비도 그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한다.”
설비 담당 팀에게는 너무 익숙한 말이지만, 겨울이 될 때마다 이 문장은 더 선명해진다.


또한 겨울이 되면 스팀 사용량이 늘고, 응축수 발생량도 증가한다.
작년 겨울부터 팀에서 함께 진행한 차가운 인입 상수를 버려지는 뜨거운 응축수로 열교환하여 스팀 사용량을 절감하고 있다.
작은 아이디어지만 실제 파일럿 시설을 만들고 실행해 보며, 데이터를 기록하고, 시험하고, 검증하고, 이를 통해 개선하는 과정을 거치며 시스템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우리가 찾을 에너지 절감은 하루하루의 측정 데이터들 속에 있다.”

이제 다음 단계는 이 아이디어를 엔지니어링 하고 자동화해, 누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절감되는 구조로 만드는 것.
에너지는 고정비라서 어쩔 수 없이 지출되는 비용이 아니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와 함께 고민하는 아이디어, 그리고 데이터로 충분히 절감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

고드름이, 설비의 겨울 준비를 제대로 하게 하고,
응축수가, 에너지 절감의 가능성을 다시 보여주었다.

설비는 말이 없지만, 계절과 상황으로 늘 우리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을 오늘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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