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의 경고음, 그리고 우리가 지키는 것들

by 이재원

토요일이다. 공장은 365일 숨을 쉬지만, 주말의 공기는 평일의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다행히 날씨가 많이 풀렸다. 매서운 한파가 물러가고 상온을 유지하는 대기 덕분에 마음을 쓸어내린다. 실은 어제 냉각수 펌프가 꺼져 있는 상태라 내심 걱정하고 있었는데, 날씨가 도와준 덕분에 설비의 동파나 이상 과열 없이 아침을 맞이했다. 날씨가 오늘은 우리 편인 모양이다.


오전 팀 공유방에 짧은 진동과 함께 메시지가 올라왔다.

"용매 이송 펌프 씰 리크로 차주 월요일 업체 방문 수리예정."


확인결과 용매 탱크팜에서 공장동으로 용매를 보내는 펌프 씰에서 누유가 발생한 것으로 주말이라 대부분 휴무였지만, 다행히 금일 생산 일정 때문에 생산관리팀이 출근해 있는 상태였다. 펌프실에 설치된 가스감지기가 누출된 유증기를 포착했고, 생산관리팀 사무실에 연결된 알람 패널이 요란하게 울린 덕분에 즉각적인 인지가 가능했다.


현장 누출량은 많지 않았지만 상황을 복기할수록 아찔한 마음이 든다.

만약 오늘 생산이 없어 공장이 텅 빈 인적이 드문 주말이었다면?

더 큰 문제는 24시간 근무 중인 경비실에는 가스감지기 알람이 연동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아무도 없는 공장, 펌프실 한구석에서 가연성 용매는 조금씩 계속 흘러나왔을 것이고, 겨울철 특유의 건조함과 이에 따른 정전기 스파크가 있었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악몽이다.

인화성이 강한 용매는 작은 불씨 하나로 공장 전체를 집어삼키고, 나아가 우리 공장이 위치한 지역 사회에까지 큰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 화학공장에서 항상 화재의 가능성조차 신경을 곤두세우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방화. 방폭설비를 설치하고, 모니터링과 비상훈련을 강화하는 이유이다.


연락을 받은 우리 팀 담당자는 바로 펌프 업체와 통화하여 월요일 긴급 보수를 예약했고, 현장 인원에게 요청하여 펌프의 전단과 후단 밸브를 차단(Lock-out)하는 임시 조치를 취했다. 더 이상의 누출은 없고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오늘 우리를 구한 건 무엇이었을까? 운이 좋아서? 생산관리팀이 출근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우리는 안전을 운에 맡겨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안다. '가스감지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되었고, 그것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왜 필수적인지를 잘 보여주었다.


이러한 이슈를 통해 개선하고 획득한 노하우가 쌓여 우리 공장의 안전 등급을 한 단계 높이는 '성장의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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