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의 공식, 웹툰의 미래 #4

웹툰과 게임 – IP 확장의 방향성

by 이승원

1. 문제 제기: 웹툰은 왜 게임이 되지 못하는가

웹툰은 이제 하나의 플랫폼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는 IP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오프라인 사업 등으로의 확장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지만, 실제 성과를 놓고 보면 분야별로 편차가 크며 특히 게임 영역에서는 기대에 비해 의미 있는 성공 사례를 찾기 어렵다.


대부분의 웹툰 기반 게임은 양산형 구조 위에 캐릭터만 덧씌운 형태로 출시되고, 일정 기간 이후 업데이트가 중단되거나 서비스가 종료되는 경우가 반복되어 왔다. 이용자 입장에서도 원작의 정체성과 아이덴티티를 느끼기보다는, 기존 게임에 웹툰 스킨만 입힌 듯한 경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자연스럽게 웹툰 IP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매체의 본질적 차이를 무시한 데 있다. 웹툰은 ‘서사(Narrative)’를 감상하는 콘텐츠이고, 게임은 ‘시스템과 플레이(Play)’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콘텐츠다. 이 두 매체는 출발점부터 핵심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웹툰의 서사를 그대로 게임으로 옮기는 방식은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야 한다.

웹툰이 왜 게임이 되지 못하는가가 아니라,
애초에 왜 모든 IP 확장의 출발점이 웹툰이어야 하는가.


2. 왜 이 구조는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는가

웹툰 기반 게임이 반복적으로 실패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웹툰 → 게임’이라는 확장 방식은 오랫동안 자연스러운 흐름처럼 유지되어 왔다. 이 구조는 일본 망가 산업에서 검증된 방식이었고, 이를 답습한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한국과는 다른 전제를 기반으로 한다. 일본은 콘솔 중심 시장에서 캐릭터 IP를 활용한 패키지 게임이 성립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 구조로, 장기 운영과 반복 플레이를 전제로 한 게임이 주류를 이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웹툰 기반 게임은 대부분 모바일 양산형 구조로 제작되는 선택을 반복해왔다.


또한 게임사 입장에서도 웹툰 IP는 장기 프로젝트가 아닌 단기 수익을 기대하는 협업 형태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IP는 콘텐츠의 중심이 아니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결과적으로 완성도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결국 지금의 구조는 산업 환경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망가 산업의 방식을 무리하게 따라하고 있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3. 대안: IP의 출발점을 바꿔야 한다

지금까지의 방식은 명확한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웹툰의 서사를 그대로 가져와 게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는 반복적으로 실패해왔고, 이는 단순한 실행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 자체의 문제에 가깝다.

문제는 웹툰이 게임으로 확장되지 않는 것이 아니다.
IP의 출발점을 웹툰으로 고정하는 사고방식 자체에 있다.


웹툰은 서사를 중심으로 소비되는 콘텐츠이고, 게임은 시스템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콘텐츠다. 이 두 매체는 출발점부터 핵심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웹툰의 서사를 그대로 옮기는 방식으로는 게임의 핵심인 ‘플레이 경험’을 만들어내기 어렵고, 결국 IP는 스킨 수준으로 소비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게임은 이미 시스템적인 완성도를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지만, 서사와 세계관을 충분히 풀어내기에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진다. 특히 온라인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의 경우, 이용자들은 스토리를 정교하게 소비하기보다 플레이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며, 개발사 역시 게임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서사만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게임 외부에서 서사를 소비하려는 수요는 이미 형성되어 있다. 게임을 직접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 등에서 스토리 정리나 세계관 해석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서사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리그오브레전드'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제작된 '아케인'은 게임을 하지 않는 시청자까지 끌어들이며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이는 게임 외부에서 서사를 확장하는 방식이 단순 보조 콘텐츠가 아니라, IP의 가치를 확장하는 핵심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웹툰을 게임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웹툰으로 확장하는 구조다.


게임에서 구축된 캐릭터와 시스템, 그리고 이용자 기반 위에 웹툰이라는 서사 매체를 결합하게 되면, 게임은 플레이 경험을 유지하면서도 부족했던 서사를 보완할 수 있고, 웹툰은 이미 검증된 IP를 기반으로 빠르게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메인 스토리 외에도 사이드 스토리나 외전과 같은 확장 서사를 웹툰 형태로 풀어내는 것은, 게임 내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을 효과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확장을 넘어, 게임과 웹툰 간의 이용자 유입을 동시에 만들어내는 양방향 IP 소비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게임 유저는 콘텐츠 시장에서 가장 높은 결제 성향을 보이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구조는 웹툰 플랫폼의 결제 전환율과 객단가를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는 전략이 될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매체에서 시작하느냐가 아니라,
각 매체의 강점을 활용해 IP를 설계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지금의 구조는 그 출발점을 지나치게 제한하고 있다.


4. 리스크: 구조 전환이 가져오는 현실적 한계

물론 이러한 방향 전환이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IP의 출발점을 게임으로 확장하는 구조는 기존 웹툰 중심 산업 구조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웹툰 플랫폼은 작품 중심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외부 IP 기반 콘텐츠 유입은 내부 생태계와의 이해관계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또한 게임 기반 IP는 높은 완성도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고, 대형 게임사 중심으로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웹툰 산업이 가지고 있던 개방성과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외부 대형 게임 IP가 플랫폼 내 주요 노출을 차지할 경우, 기존 웹툰 창작자들의 기회가 줄어드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문제 역시 발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현재 구조가 이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변화에는 비용이 따르지만, 구조를 유지하는 것 역시 또 다른 리스크가 될 수 있다.


5. 결론: IP는 출발점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웹툰의 게임화가 반복적으로 실패해온 이유는 단순히 실행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IP를 특정 매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전제 자체가 구조적인 한계를 만들어왔다.


웹툰은 서사를, 게임은 시스템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매체다. 이 차이를 무시한 채 일방향 확장만을 반복한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실패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어떤 콘텐츠를 어디로 확장할 것인가가 아니라,
각 매체의 강점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게임에서 웹툰으로의 확장은 그 하나의 방향일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확장이 아니라, 서로 다른 소비 방식을 가진 매체를 연결하는 구조이며, 장기적으로는 IP의 수명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오프라인 영역을 중심으로, 웹툰 IP가 어떻게 또 다른 방식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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