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라는 용기 앞에서

충남 서천군 마서면 김태훈 대표

by 드림공화국

3년 전이었습니다. 충남지역특화창업센터 문을 열고 들어온 김태훈 대표는 대뜸 말했습니다. 국내 최초로 디커플드 방식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을 하겠다고. 충남 서천군 마서면에서 9년 전 귀농하여 서천 최초의 캠핑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그가.


나는 들었습니다. 그리고 말했습니다. 캠핑장과 식물공장은 다릅니다. 경영 방식도, 필요한 기술도, 인력도, 인프라도, 네트워크도. 먼저 치밀한 사업계획이 필요합니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시장의 동향을 조사, 분석하고, 핵심적인 유사 경쟁기업을 벤치마킹하고. 스스로가 그 사업을 해야 하는 미션과 비전을 확정하고, 그 비전과 미션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자금조달 계획과 리스크 관리 근거를 서류로 만든 뒤에 시작하십시오.


김태훈 대표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김태훈 대표의 얼굴을 볼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털어놓은 이야기입니다. 그는 내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론만 가르치는 일반 대학의 창업센터장이 아직 시작도 해보지 않은 사업에 너무 높은 수준의 준비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최초라는 기회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서둘러야 한다. 그는 서울에서 전기 기술자로 중견기업을 다녔던 경험, 캠핑장을 성공시킨 경험을 손에 쥐고 뛰어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시작과 동시에 예측하지 못한 사건들이 하나씩 터졌습니다. 계획에 없던 일들이, 준비하지 않았던 문제들이. 그는 그것들을 몸으로 받아냈습니다. 다시 센터를 찾아와 센터가 연결해 주는 지역 대학의 분야별 교수님들의 연구실을 두드리고, 국가가 지원하는 다양한 창업성장지원 프로그램을 찾아다니며 하나씩 배웠습니다. 넘어지면서 쌓았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는 특허를 기술이전받으며 처음부터 다시, 100년 후를 내다보는 기업으로의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그가 그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 나는 말했습니다. "좀 부담되는 비용이기는 하지만 학습료라고 생각하십시오. 버려진 경험이 아닙니다. 그 후회스러움이 하나하나 향후 큰 기회로 다가올 것입니다." 그 말을 하면서 나는 사실 나 자신에게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이론을 가르치는 창업센터장으로 보였습니다. 그것이 틀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계획 없이 뛰어들어 몸으로 부딪히며 쌓아가는 것들을 지켜보면서 내가 서류로 만들어 오라고 했던 것들이 그의 넘어짐 속에서 하나씩 완성되고 있다는 것을 봅니다.


삶이라는 것이 치밀한 계획이 먼저인가. 뛰어드는 용기가 먼저인가. 3년을 지켜보고 나서도 나는 아직 이 질문에 쉽게 답하지 못합니다. 버지니아대학교 사라스 사라스바티 교수는 성공한 창업가 27명을 연구한 끝에 말했습니다. 그들은 완벽한 계획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고. 지금 가진 것에서 출발해 예측 불가능한 사건들을 기회로 전환하며 목표를 만들어갔다고.


김태훈 대표는 그 이론을 책에서 배우지 않았습니다. 충남 마서면의 비닐하우스 두 동 안에서 몸으로 실천하고 있습니다. 디커플드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와 식물을 같은 물에 섞지 않고 각자 최적의 환경에서 따로 키우면서 연결하는 방식. 타협하지 않고 각자의 조건을 존중하면서 연결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계획과 도전이 공존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지금 이 시대, AI는 최적의 사업계획서를 몇 초 만에 만들어냅니다. 논리적이고 빈틈없고 매끈합니다. 그런데 충남 마서면의 새벽, 예상치 못한 사건 앞에서 혼자 버텨낸 그 시간은 어떤 AI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김태훈 대표의 100년이 넘을 사업계획의 진짜 토대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당신이 뛰어들지 못하고 있는 것 앞에서 지금 손에 쥔 것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후회스럽다고 생각하는 그 경험들이 혹시 아직 버려지지 않은 학습료는 아닙니까.


최근 AI와 끙끙대며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실천하며 꿈꾸는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 가고 있는 김태훈 대표를 응원합니다.


"전문 창업가들은 더 많은 자원을 가져서 성공한 것이 아니다. 가진 것으로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낼 줄 알았기 때문에 성공했다." — 사라스 사라스바티(Saras Sarasvathy), 『이펙추에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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