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심고 파헤치기를 반복하는 당신에게

by 이영태

어느 이른 아침, 정원에 정성스레 사과나무 씨앗을 심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매일 물을 주고 정성을 다하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해가 지기 전, 그는 어김없이 흙을 파헤쳐 씨앗을 꺼내 봅니다.


"왜 아직 싹이 나지 않는 거지? 혹시 썩은 건 아닐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는 씨앗을 심고 다시 파헤치기를 반복합니다. 우리는 그를 보며 혀를 찰지도 모릅니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려면 흙 속에서 견뎌야 하는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누구나 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식 시장이라는 거대한 정원에서, 우리는 매일 이 어리석은 정원사가 됩니다. 우리는 그것을 '투자'라고 부르지만, 실상은 씨앗이 자랄 기회조차 주지 않는 '학대'를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심은 씨앗이 자꾸만 파헤쳐지는 이유는 당신의 인내심이 부족해서만은 아닙니다. 당신이 심은 그 씨앗이, 사실은 오늘 저녁 끼니를 해결해야 할 '양식'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식 시장에는 수많은 기법과 차트, 지표가 난무합니다. 하지만 정작 시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부를 거머쥐는 사람과, 늘 고점에서 물려 본전만 기다리다 사라지는 사람의 결정적 차이는 '기술'에 있지 않습니다. 그것은 '돈의 성격'과 '자본을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됩니다.


1. 가난한 자의 돈은 '시간'의 적이다


많은 이들이 상승장의 끝자락에서 포모(FOMO,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와 욕심에 휩싸여 시장에 뛰어듭니다. 이때 그들이 투입하는 자금은 대부분 '가짜 시드머니'입니다. 6개월 뒤 전세금으로 돌려줘야 할 돈, 내년에 아이 대학 등록금으로 써야 할 돈, 혹은 당장의 생활비가 섞인 돈입니다.


주가가 오를 때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하락장이 찾아오면 이 '가짜 시드머니'는 독이 되어 돌아옵니다. "물이 빠지고 나면 누가 알몸으로 수영하는지 알 수 있다"는 워런버핏의 말처럼 하락장에서는 투자인지 투기인지 알 수 있습니다. 부자가 되는 사람은 하락장을 '바겐세일'이라 부르며 주식을 사 모으지만, 가난한 사람은 그럴 자본이 없습니다. 이미 고점에 모든 돈이 묶여 있기 때문입니다.


더 비극적인 것은, 생활비가 급해지면 결국 가장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아 치워야 한다는 점이죠. 시장이 내린 판결이 아니라, 내 삶의 결핍이 내린 강제 집행입니다.


2. 투자금은 '돈'이 아니라 '공장'이다


부자가 되는 사람들에게 투자금은 단순한 화폐가 아닙니다. 기업가가 배가 고프다고 공장의 기계를 뜯어 팔지 않듯, 그들에게 주식은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 수단(공장)' 그 자체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시드머니는 내 인생에서 '없어도 되는 돈'이어야 합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당장 그 돈이 증발해도 내 일상과 생존에 아무런 타격이 없는 돈이어야 비로소 투자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습니다. 돈에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고, 생활비에 쫓기지 않을 때야말로 우리는 비로소 하락장의 공포를 이겨낼 '심리적 자본'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3. 제1원칙: 소득의 10%로 공장을 지어라


그렇다면 어떻게 그 '진정한 시드머니'를 만드는 걸까요? 답은 단순하지만 강력합니다. 무조건 소득의 10% 이상을 떼어내는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저축을 하는 행위가 아닙니다. 내 삶에서 소비자가 아닌 '자본가'의 영역을 구축하는 의식입니다. 처음부터 내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떼어놓은 이 10%는 시간이 흐를수록 거대한 공장이 됩니다. 이 돈은 생활비와 철저히 분리되어 있기에, 하락장이라는 폭풍우 속에서도 주식을 팔지 않고 오히려 더 싼 가격에 지분을 확보하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4. 자본의 구조가 당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주식은 기술의 영역보다 인격과 인내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인내심은 강인한 정신력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는 자본의 구조'에서 나옵니다. 코로나 시기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은 2020년 3월, 미국 기업들에게 "지옥이 오고 있다"라고 경고하며 팬데믹으로 인한 시장 붕괴를 예측했습니다. 그는 팬데믹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데 베팅하여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지금 투자하고 있는 그 돈은 '돈'인가요, 아니면 '공장'인가요? 만약 당장의 생활비 때문에 주가창을 보며 가슴 졸이고 있다면, 당신은 아직 투자를 시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먼저 당신의 삶에서 10%를 떼어내 '없어도 되는 돈'을 만들어 보십시오. 그때 비로소 당신은 시장의 노예가 아닌, 시장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 그만 흙을 덮고 기다려 주십시오. 당신의 인생에서 없어도 되는 10%의 씨앗을 심고, 그 씨앗이 숲이 될 때까지 '시드타임'이라는 양분을 주십시오. 투자는 그때부터 비로소 당신의 삶을 바꾸기 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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