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제목 : 억대 연봉이라는 숫자가 당신의 눈을 가리고 있다
최근 유튜브와 각종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영상이 하나 있었습니다.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올리쌤’의 미국 생활 정리 선언이었습니다.
텍사스의 넓은 저택, 여유로워 보이는 일상. 겉으로 보면 많은 이들이 꿈꾸는 ‘아메리칸드림’을 이미 이룬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영상 속 그의 고백은 의외였습니다.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이, 열심히 일해서 버는 돈을 넘어서기 시작했습니다.”
세금, 보험료, 치솟는 물가와 의료비.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시스템이 요구하는 유지비가 노동 소득을 압도하기 시작한 순간, 그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영상을 보고 “미국의 물가가 정말 무섭다”며 혀를 찼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영상을 보는 내내, 대한민국의 수많은 고소득 전문직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텍사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진료실과 사무실에 앉아 있는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일지 모릅니다.
수의사로 일하며, 그리고 의사·변호사 등 많은 전문직 동료들을 지켜보며 저는 이상한 장면을 자주 목격합니다.
분명 부부 합산 연봉이 억 단위를 넘고, 겉으로 보기엔 누가 봐도 ‘잘 사는 집’인데, 실제로는 항상 돈이 부족해 허덕이는 삶. 이것은 개인의 사치나 낭비벽 때문일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Structure)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흔히 ‘고소득 = 부자’라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생각보다 많은 경우 우리는 부자라기보다는 그저 ‘시간당 단가가 높은 고소득 노동자’에 가깝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제 주변의 여러 사례를 바탕으로 각색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아마 남 일 같지 않으실 겁니다.
[사례] 월 1,500만 원을 버는 A 원장의 ‘적자 인생’
1. 시작부터 짊어진 모래주머니 개원 대출 3억 원, 전세 대출 2억 원. 합쳐서 5억 원의 빚을 안고 출발합니다. 병원 문을 열기도 전에, 숨만 쉬어도 나가는 이자가 수입의 상당 부분을 갉아먹습니다. 말 그대로, 출발선에 서는 순간 이미 마이너스에서 시작하는 셈입니다.
2. 보상 심리가 만든 고비용 구조 주 6일 진료, 잦은 야근과 수술. 몸이 부서져라 일하다 보면 보상 심리가 발동합니다. "내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이 정도는 써야지." 스스로에게 명품을 선물하고, 늦게까지 일하느라 놀아주지 못한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고액의 영어 유치원과 과외를 시킵니다.
3. 결과는? 세금, 대출 이자, 고정 생활비, 사교육비를 빼고 나면 남는 돈은 거의 '0원'에 수렴합니다.
병원 매출이 조금만 흔들려도 A 원장은 마이너스 통장을 켜야 합니다. 겉으로는 화려한 원장님이지만, 속은 언제 끊어질지 모르는 팽팽한 줄 위를 걷고 있는 셈입니다.
왜 전문직일수록, 고소득자일수록 이런 ‘가난한 부자’의 함정에 빠지기 쉬울까요?
첫째, 소득이 ‘나’라는 리스크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 우리의 수입은 내가 출근해서, 내 손으로 환자를 보고, 내 머리로 판단해야만 발생합니다. 만약 내가 아프거나 번아웃이 와서 멈추는 순간, 소득은 즉시 '0'이 됩니다. 하지만 대출 이자와 생활비는 내가 아프다고 해서 멈춰주지 않습니다.
둘째, 소득보다 ‘유지비’가 더 빠르게 증가합니다. 전문직이라는 타이틀은 우리에게 고비용의 삶을 요구합니다. 사회적 지위에 맞는 집, 차, 자녀 교육…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삶을 유지하는 비용이 더 가파르게 오릅니다. 결국 우리는 자산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저 ‘비싼 삶을 유지하기 위해’ 쳇바퀴를 돌리는 노동자가 되어버립니다.
은퇴를 앞둔 한 선배 원장님이 해주신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나랑 같이 개원했던 사람들… 이 동네에 나 하나 남았다. 다들 돈 많이 벌어서 떠난 게 아니야. 병원은 잘 됐는데 삶이 무너져서, 몸이 망가져서, 빚을 못 이겨서 떠난 거야.”
노동 소득의 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갑작스럽게 찾아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원장님, 그리고 전문직 여러분.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스스로에게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셨으면 합니다.
Q1. 만약 내일 당장 일을 그만둔다면, 현재의 생활 수준을 몇 개월이나 유지할 수 있습니까?
Q2. 지금 버는 돈 중에서, ‘미래를 위한 자산’과 ‘현재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의 비율은 어떻습니까?
이 질문에 선뜻 답하기 어렵다면, 아직은 ‘부자’라기보다 ‘고소득 노동자’에 가까운 상태일 가능성이 큽니다.
올리버쌤의 ‘미국 포기’ 선언은 실패의 기록이 아닙니다. 자기 삶의 구조를 냉정하게 돌아보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한 사람의 용기 있는 선택일 뿐입니다.
우리는 지금 선택해야 합니다. 연봉이라는 숫자에 취해 미래를 갉아먹으며 ‘의료 기계’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노동이 멈춰도 나를 지켜줄 자산을 만드는 ‘자본가’로 거듭날 것인지.
이 브런치북은, 개원 초기 2억 원의 빚을 지고 시작했던 제가 어떻게 노동시간을 줄이면서 자산이 불어나는 구조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노동이 멈추는 날, 우리를 지켜줄 것은 화려한 명품 가방이 아니라 조용히 불어난 우리의 ‘자산’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제, 구조를 바꿀 시간입니다.
다음 화 예고 : 우리가 왜 그토록 열심히 사는데도 늘 제자리인지, 자본주의라는 게임의 ‘룰’과 ‘공략집’을 하나씩 펼쳐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