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에도 유지하려는 단정함에 대하여

미국 속 마이너리티로 살며 나를 지키는 법

by 적응형이방인

미국의 아침은 정말 빠르다.

특히 새벽 7시에 등교하는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라면 더욱 그렇다.


매일 아침 5시 30분,

가족들이 깨기 전 고요한 시간에 일어나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거울 앞에 앉아 내 모습을 정돈하는 일이다.

세수를 하고 선크림을 바른 뒤, 가볍게 화장하고 머리를 정리한다.


어디 출근할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루 대부분을 집안일로 보내는 내가 왜 매일 아침 이 단정함을 고집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나의 외면은 결국 그날 '내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가 되기 때문이다.




사실 그 태도의 바탕에는 늘 운동이 있다.

요가든 러닝이든, 나는 매일 한 가지 운동은 거르지 않으려 한다. 땀을 흘리며 몸에 집중하는 시간이 지나고 나면, 하루가 덜 흐트러진다.


운동으로 몸을 깨우고 단정한 옷을 입는 일은 단순한 치장이 아니라 하루를 단정하게 시작하겠다는 나 자신과의 약속이다.


사실 이 습관은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던 시기부터 이어졌다. 전날 지인들과 늦게까지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등원 길만큼은 말끔한 모습으로 나가곤 했다.


“너만 왜 이렇게 멀쩡하냐”는 농담을 듣기도 했지만,

그건 나를 위한 일이었다.


어쩌면 오래전부터 단정한 모습은,
아이를 낳고 삶의 중심이 아이로 옮겨간 뒤에도
나를 잃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선이었는지도 모른다.




남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미국에 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곳에서 내 외면을 더 의식하게 되었다.


텍사스에서 나는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인 아시안이고, 영어도 아직 완벽하지 않다.


나를 설명해 줄 배경이 사라진 이곳에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관계의 시작이 되기도 한다.


아이 학교 봉사를 가도 비슷한 걸 느낀 적이 있다.

편하게 입고 간 날에는 조용히 지나가던 이웃이,

조금 더 신경 쓴 날에는 먼저 말을 건다.


오늘 아웃핏 너무 예쁜데?
그 가방 어디서 샀어?


그 가벼운 한마디로 대화와 관계가 시작되기도 한다.




물론 외모가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관리하는지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가 관계를 만드는 데 영향을 준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이 노력이 부족한 내면의 자존감을 외면으로 채우려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내면이 단단해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 낯선 곳에서 마음이 작아질 때면,

나는 운동을 하고, 옷을 고르고, 나를 단정히 정리한다.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갈 용기를 얻는다.




사실 타인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보다 중요한 건

거울 속의 나를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다.


그래서 오늘도 이른 아침,

나는 조용히 나를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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