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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만두 Apr 12. 2022

일기인가 먹기인가

1월 2주차 - 3주차 엄지프로젝트

1월 8일 토요일

갑자기 연어 초밥이 너무 먹고 싶어서 저녁에 연어초밥을 왕창 먹었다. 후회는 없다. 먹고 싶은 걸 원하는 시간에 먹는 컨텐츠는 아직까지 나에게는 빅재미다. 

#엄지 + 1 


1월 9일 일요일

일요일 밤 10시. 누워있다가 패딩만 걸치고 남편이랑 손 잡고 아이스크림 사러 편의점 다녀옴. 진짜로 이런 거 정말 짱 재밌어. 별거 아닌데 너무 즐겁다. 통금 시간이나 집에서 군것질 못했던 사람들 결혼해봐요 너무 재밌다. 

#엄지 + 1


1월 10일 월요일

출근하자마자 짝꿍 대리님 히아신스(이름 - 로우) 꽃 핀거 보고 빈 사무실에서 소리 지름. 이것은 만원의 행복이라며 출근한 대리님과 연신 소소한 기쁨을 느꼈다. 이토록 척박한 환경에서 우리는 해냈어요! 도랏! 단지 물만 주었을 뿐인데! 이렇게 꽃을 피워주다니! 미쳤네! 반려식물 너무 신기해. 

# 엄지 + 3


1월 11일 화요일

남편과 놀라운 토요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이 날은 펜과 종이를 준비해서 출연진처럼 문제를 풀어봤다. 뭐야 그냥 볼 때보다 백배는 더 재밌잖아? 덕분에 야식 안 먹고 배고픔 참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티빙 선생님. 

# 엄지 + 4


1월 12일 수요일

아끼는 후배 대학원 자소서 첨삭 몇 줄 도와주고 약간 쓸모 있는 인간 된 것 같아서 기분 좋았던 날. 헤헤. 나라는 인간의 쓰임에 유독 집착하는 나. '네 덕분이야'라는 칭찬은 달다.

#엄지 + 2


1월 13일 목요일

퇴근 후 D언니 만나기로 한 날. 정말 빨리 퇴근했는데 웨이팅 있다고여...? 내 앞 11팀 대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J끼리 만남에 플랜B가 빠질 리가 없지. 미리 찾아둔 플랜B 식당으로 이동해 길거리에서 떨지 않고 무사히 고기를 먹었다. 근데 진짜 이날 정말 추웠음. 오랜만에 만난 D언니와의 대화는 날씨와 관계없이 따뜻하고 유쾌했다. 집 가는 길 기분이 좋았다. 

# 엄지 + 3 


1월 14일 금요일

마라탕 2년 만에 재도전. 왜 2년이나 안(못)먹었는지 다시 알게 됨. 속이 얼얼해서 반도 못 먹고 남김. 마라탕 덕후인 남편이 다 먹음. 

# 엄지 - 


1월 2주차
엄지리포트 +14

먹는 걸로 대부분의 희로애락을 담았던 주간. 알차게도 먹었네...



1월 15일 토요일

남편과 후배네 집들이 간 날! 살면서 그 동네 갈 일 진짜 없을 줄 알았는데 회사 외근도 그렇고 어찌어찌하다 보니 또 갈 일이 생기는 구만. 걱정과 달리 꽤나 즐거웠다. 남편과 함께 내 지인들을 만나는 자리가 즐겁다.

# 엄지 + 2 


1월 16일 일요일

꽐라 된 와중에도 파워에이드 사서 집에 돌아온 어제의 나를 칭찬하며 새벽녘 냉장고 문을 좀비마냥 열고서 음료수를 들이켰다. 

# 엄지 + 1 


1월 17일 월요일

주말 사이 나의 이브가 꽃을 피워내진 않았을까 기대하면서 사무실 입성했으나 흡사 이브의 경고 같은 꽃 보고 혼자 대폭소. 다소 괴상한 모양으로 꽃이 나왔지만 어쨌든 세상에 나온 걸 환영해! 이브여!  

# 엄지 + 1  


1월 18일 화요일

브랜디에서 급하게 하루 배송으로 주문한 옷들이 잘 맞아서 기분이 좋았다. 과거에 청바지를 교복처럼 즐겨 입던 나는 이제 없다. 청바지 그거 어떻게 입는 건데....약간 속상하지만 열심히 먹는 걸로 스트레스 푼 대가를 치러야지. 지금 내 몸은 그동안 먹은 것들로 만든 성적표일 테니. 

# 엄지 - 


1월 19일 수요일

퇴근 후 아가씨(시누) 생일파티. 막장이 맛있어서 회를 많이 먹었다. 시조카들은 볼 때마다 쑥쑥 자라고 있어서 신기했다. 처음 인사를 왔던 날 누워있던 아기가 이제는 막 걸어다니고.....나한테 숙모라고 말을 걸기도 하고...볼 수록 신기하여라. 

# 엄지 + 1 


1월 20일 목요일

엄마집가서 오랜만에 엄마랑 수다 삼매경. 시집간 딸내미 없이 홀로 지내는 엄마 잘 챙겨주시는 동네 아주머니한테 너무 감사해 퇴근길에 생닭 두 마리와 딸기를 사서 문을 두드렸다. 이런 거 바라고 하신 거 아닌 거 알지만 저는 진짜 너무너무 감사해요!  

# 엄지 + 2 


1월 21일 금요일

열 살의 소풍 전 날. 스무 살의 해외여행 전 날. 서른의 결혼 전 날과 같은 밤을 보냄. 신나고 기대되는 일을 앞두고서는 여전히 잠을 전혀 못 자는 나. 이 날도 다음날 일정이 기대되어 영 잠을 못 잤다. 마흔 살이 넘어도 여행 가기 전날 잠을 설치려나. 

# 엄지 + 5




1월 3주차
엄지리포트 + 12 

짧은 메모들로 기록되어 있었던 1월 중반부. 감정이 우선이 아니라 뭘 먹었는지가 대부분인 먹짱의 일기를 보는 듯했다. 이때의 나는 '오늘 뭐 먹지'가 하루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이벤트였나 봐. 과거의 일상을 복기해보니 요즘의 관심사가 바뀌었다는 걸 확실히 알았다. 고작 3개월 전인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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